은행권이 디지털 역량 강화의 일환으로 유튜브 채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튜브의 주 시청층이 1020세대를 넘어 5060세대로 확대되면서 전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금융 콘텐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자사 유튜브 채널을 키우기 위해 행장이 직접 나서거나 인플루언서와 협업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의 유튜브 채널에는 이대훈 은행장이 등장했다. 이 행장은 앞치마를 두르고 강레오 셰프와 함께 양파와 마늘 요리를 소개한다. 이 행장이 출연한 '우리 양파·마을을 부탁해' 영상은 마늘편과 양파편 각각 조회수가 10만건에 달한다. 지난달에는 '우리 농산물 맛기행' 영상에서 인삼꽃술을 담그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만간 농협은행은 이 행장이 충청북도 충주에서 농손 일손돕기의 일환으로 폐비닐을 수거하는 전 과정을 공개할 계획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고정 촬영은 아니지만 촬영 영상 성격에 따라 자주 출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인플루언서에게 국민은행 서비스 홍보 영상 제작을 의뢰하는 등 전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손으로 출금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인플루언서 '이라이라경'과 함께 한 것. 해당 영상에서는 이라이라경과 그의 친할아버지가 등장해 국민은행에서 손쉽게 출금하는 모습을 담았다.
국민은행은 광고모델인 방탄소년단(BTS)이 전하는 디지털 금융스토리, 국민은행 은행원이 출연한 'KB잼(JAM)' 등 총 13개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복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는 롱테일 전략으로 모든 구독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기 위함"이라며 "유튜브를 통해 '팬덤'을 형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콘텐츠 확산을 넘어 종합 금융 콘텐츠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실제 고객이 출연해 상품을 체험하고, 무거운 금융에 대해 쉽게 풀어내는 콘텐츠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은행 내 인플루엔서인 '송튜버'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각 개인의 채널을 보유·운영하는 전문 인플루엔서로 키울 방침이다. 또 신한은행은 유튜브를 통해 정기적·지속적 콘텐츠 공개, 소비자와의 접점 확대 위한 타겟팅 광고·이벤트를 추진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유튜브 채널 안에서 상품, 서비스를 홍보하는 역할이 아닌, 금융을 잘 아는 사회인이자 또 한 명의 고객으로서 개인별 특화된 콘셉트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전문 유튜버로 자생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유튜브의 시청 연령대가 확대되고 있어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유튜브는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이상의 모든 세대에서 한 달 동안 가장 오래 사용한 앱으로 나타났다. 1, 2위를 차지한 10대(1인당 평균 2500분), 20대(1882분)에 이어 50대 이상이(1206분) 30대(1105분)를 뛰어넘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유튜브는 기존 TV광고와 다르게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연령층에 따라 선호하는 콘텐츠를 분석해 맞춤형으로 제공해야 고객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진현진기자 2jinhj@dt.co.kr
이대훈 은행장(오른쪽 두 번째)과 강레오 셰프(왼쪽 두 번째), 출연자들이 NH농협은행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양파, 마늘 농가를 응원하고 있다. NH농협은행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