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자" 마지막 말 남기고 故 설리 곁으로 떠나
악플 도마위… 아이돌 잇단 사망 연예계 침통
악플 도마위… 아이돌 잇단 사망 연예계 침통
"그곳에서 정말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잘 지내. 언니가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게."
42일 전 동료 가수 설리가 세상을 떠나자 구하라가 그녀를 추모하며 했던 말이다. 당시 구하라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켜고 고인을 그리워했다. 눈물을 보이긴 했지만 자신을 걱정하는 팬들을 향해 "걱정 말라"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 말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걸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는 지난 24일 오후 6시쯤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녀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인과 사망 경위를 알아보고 있다.
구하라는 전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셀피 사진과 함께 '잘자'라는 글을 남겼다. 마지막 작별 인사가 된 이 말을 뒤로 한 채 구하라는 깊은 잠에 빠졌다. 지난달 세상을 등진 설리가 사망 직전까지 SNS 활동을 했듯, 구하라 역시 팬들과 소통을 하다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수많은 악성 댓글에 시달렸던 설리처럼 구하라도 자신을 쫓아다니는 각종 논란과 악성 댓글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4월 구하라는 안검하수 수술로 성형 논란에 휘말리며 악플 테러를 받았다. 달라진 외모에 누리꾼들은 '성형 중독이다', '왜 쌍커풀 수술 했냐' 등의 공격적인 댓글을 달며 비난을 쏟아냈다. 당시 구하라는 "오른쪽 눈의 불편함 때문에 수술했다"며 "저 자신을 아프지 않게 돌보려 한다"고 밝혔지만 그럼에도 비난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를 괴롭혔던 건 전 남자친구와의 법적 공방이다. 지난해 9월 전 남자친구 최모씨가 구하라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불거진 사건은 이후 쌍방 폭행 논란으로 번졌다. 한동안 진실 공방을 벌이던 두 사람은 구하라가 합의를 원한다는 의사를 밝히며 해결되는 듯 했지만 며칠 후 최씨가 구하라의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논란이 됐다.
결국 법적 공방 끝에 최씨는 올해 8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구하라는 2차 피해를 입었다. 온라인에선 그녀의 성관계 동영상을 두고 호기심을 표하는 등 온갖 성희롱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 때문인지 구하라는 법적 분쟁을 벌이던 올해 5월 한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 그녀는 SNS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뒤 자택에서 의식을 잃고 발견됐다. 우울증 때문이었다. 건강을 회복한 구하라는 일본 연예매체를 통해 "여러 가지 일이 겹치면서 마음이 괴로웠지만 이제부터 마음을 강하게 하고 또 건강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올해 6월엔 일본 프로덕션 오기와 전속계약을 맺고 일본 활동을 재개했다. 한 차례 소동으로 팬들의 걱정을 샀던 구하라는 다시 삶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며 의욕적인 복귀를 알렸다. 솔로 앨범 '미드나잇 퀸'(Midnight Queen)을 발매하고 일본 투어 공연도 진행했다. 그래서 더욱 괜찮아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결국 구하라는 갑작스런 비보로 영영 세상을 등지게 됐다.
젊은 아이돌 스타들이 잇달아 생을 마감하면서 연예계는 침통에 빠졌다. 화려해 보이는 삶 뒤에 이들의 마음의 병은 상당했다. 비단 구하라의 문제만이 아니다. 최근에도 걸그룹 트와이스 미나가 심리적 불안증세를 호소하며 스케줄에 불참했다. 보이그룹 세븐틴 리더 에스쿱스는 심리적 불안 증세로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K팝 아이돌들의 고통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하나의 악성 댓글이 한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마음의 병이 곪으면 터지는 건 한 순간이다.
김지은기자 sooy0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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