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파나소닉 실적 고공행진
LG화학·삼성SDI 일회성 비용에
작년 4분기 적자규모 커져 부진
LG화학·삼성SDI 일회성 비용에
작년 4분기 적자규모 커져 부진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세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 톱2인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이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세계 3위인 LG화학을 비롯해 세계 시장 톱10에 있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희비가 갈렸다.
하지만 이 같은 부진에도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3인방의 주가는 실적발표 직후 급등세다. 만약 정부가 ESS(전력저장장치)로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중국, 일본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합작 중인 미국 자동차 전지 사업이 3분기(10~12월)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전기차 출하량이 급증하면서 배터리 생산량이 늘었고, 이에 따른 원자재 가격 경쟁력 강화가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테슬라가 LG화학, CATL 등의 원통형 배터리를 받기로 하면서 합작공장인 기가팩토리의 증설 투자 부담이 줄어든 것 역시 실적개선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앞세워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로 성장한 CATL 역시 수익성이 큰 폭으로 늘었다. CATL은 최근 잠정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순이익 추정치를 전년보다 20∼45% 늘어난 40억6000만∼49억1000만위안(6864억∼8294억원)으로 제시했다.
이에 비해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두 회사는 ESS 화재 대응에 따른 일회성 비용을 작년 4분기에 각각 3000억원, 2000억원으로 반영하며 적자 규모를 키웠다.
하지만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이들 업체들의 실적도 흑자로 바뀐다.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경우 2496억원 영업적자에서 500억원 흑자로, 삼성SDI의 경우 20억원에 머문 영업이익이 2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는 지난해 잇따라 발생했던 ESS 화재사고에 대한 정부 조사에 따른 후속 조치의 결과물이다. 양사는 정부가 만든 'ESS 사고원인 2차 조사위원회'의 화재 원인 조사와는 별도로 안전성 강화 대책을 마련해 자체 예산으로 보상과 안전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2차 조사위에서 사고 원인을 배터리 쪽으로 결론낼 경우 일회성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같은 배터리를 쓰는 해외에서는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화재 원인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의 경우 ESS 시공 허가 시 전문인력 확보와 엄격한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ESS를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해 중소 영세기업들이 난립하는 상황이고, ESS 시공에 대한 관리도 허술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 조사에 따른 국내 ESS 시장의 위축과 해외 수주에서의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손실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정부가 산업 육성 중심의 ESS 생태계를 만들었다면 국내 배터리 업계가 더 가파르게 성장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의 기대치 역시 마찬가지다.
LG화학은 전날 실적발표 직후 이틀 연속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달 31일과 비교하면 10% 이상 주가가 오른 것이다. 삼성SDI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주가가 올랐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어제 4% 이상 급락했지만 이날 다시 반등하면서 지난달 말 수준(13만원)을 다시 회복할 기세다. 세 회사 모두 최근 실적발표에서 전년보다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주가는 정 반대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들의 수주가 이어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한국 배터리의 경쟁력은 중국 뿐 아니라 일본과 비교해도 우위라는 세계 시장의 평가가 나온다"며 "정작 내수시장에서만 '동네북' 취급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