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서 참 행복
캐릭터와 이별 너무 아쉬워요
캐릭터와 이별 너무 아쉬워요
한국형 오컬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tvN '방법'이 지난 17일 종영했다. 저주로 사람을 해하는 주술 '방법(謗法)'이라는 초자연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은 다소 마니아적인 면이 강한 장르에도, 시청률 6.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중심에서 작품을 이끈 배우 엄지원은 20일 진행한 서면인터뷰를 통해 종영 소감을 밝혔다. "우선 많은 분들이 '방법'을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문을 연 그는 "오컬트라는 장르 특성상 시청자 분들이 좋아해 주실까, 작품이 잘 될 수 있을까 걱정하고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 그때 '우리 모두의 눈이 틀리지 않았을 거다'하며 서로를 다독이던 기억이 크게 남아있다. 그런 저희의 마음과 노력을 알아주신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현장에서 많이 행복하기도 했고, 캐릭터의 갈등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 만큼, 아직은 끝났다는 실감보다는 아쉬움과 여운이 더 많이 남아 있는 듯하다"며 "빨리 빠져나오려고 노력 중이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모두의 땀방울이 깃든 소중한 작품이 또 하나 완성될 수 있었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극 중 엄지원은 대기업 '포레스트'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열혈기자 '임진희' 역을 맡았다. 임진희는 사람을 해치는 주술인 '방법(謗法)'에 대해 알게 되고, 기자의 원칙을 넘어 결국 악(惡)과 손을 잡게 되는 인물이다. 다소 파격적인 선택을 하는 캐릭터를 깊은 내면 연기를 통해 밀도 높게 표현했다.
엄지원은 "무언가를 파헤치고 집요하게 찾아가는 이성의 정점에 살고 있는 임진희가 이성이 아닌 비논리의 세계에 휩쓸리게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서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로 규정지어진 이 인물이 위기의 상황을 맞이했을 때 그 안에 충돌하는 갈등을 통해 임진희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호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연기 포인트를 설명했다.
가장 공을 들였던 신에 대해선 "김주환 부장과의 다툼 신을 잘 표현해야 이 후의 상황이 설득력을 갖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신이라고 생각했다"며 "그 장면을 찍고 나니 대본으로만 읽었을 때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던 부분들의 감정이 많이 와 닿아서 그 후 감정들을 잡아 나가는데 크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외에 어려웠던 점은 "아무래도 비교적 센 캐릭터들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아가는 일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임진희는 굿판을 벌이고 저주를 퍼부으며 '방법(謗法)'이라는 초현실적인 능력을 선보이는 다른 주인공들과 달리 비교적 평범한 인물이다. 이에 대해 엄지원은 "캐릭터 적으로는 인물의 서사를 따라 가지 않는 한 평범한 인물을 연기할 때가 연기하기가 가장 힘든 것 같다. 자칫 밋밋하고 존재감이 없게 느껴지기 쉽기 때문에 촬영을 하면서도 존재감을 안고 가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호불호가 갈렸던 결말에 대해선 "결국 드라마도 영화도 보는 사람의 것이기에 각자의 해석을 존중하는 편이다. 말에는 힘이 있고 혀에는 칼이 있다고 한다"며 "직접적인 가해가 아닌 보이지 않는 가해에 대해 우리 모두 관대하지만 그 안의 날카로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당부를 전했다.
올해로 데뷔 19년 차를 맞은 엄지원은 그간 "정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일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2002년 황금마차로 데뷔해 어느덧 18년이 지났다"면서 "앞으로도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리고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자 배우로서 사회성이 있는 작품들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엄지원은 차기작으로 tvN의 새 드라마 '산후조리원' 출연을 확정 지은 상태다. '방법'을 통해 진지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엔 코믹한 모습으로 안방극장을 찾는다. 엄지원은 "지난 18년 간 배우 엄지원의 이름을 불러 주셔서 덕분에 배우로서 이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새로운 도전이었던 '방법'을 사랑해주신 만큼 다음에 보여드릴 작품도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김지은기자 sooy0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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