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조원태(사진) 회장이 한진그룹 지키기에 성공했다. 지주사인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면서다. 애초 주주총회 개회가 3시간이나 지연되고 안건마다 '잡음'이 일기는 했지만, 이변은 없었다. 조 회장과 표 대결을 벌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 내 반도건설이 낸 가처분 신청이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다. 다만 3자 연합 측이 추후 임시 주총을 열 가능성도 제기돼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있다.
한진칼은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제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의결했다. 조 회장은 참석주주의 과반 이상인 56.67%의 찬성표를 받았다. 반대표는 43.27%였으며, 0.06%는 기권했다.
앞서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김석동·박영석·임춘수·최윤희·이동명 사외이사 후보도 이날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발행주식총수의 과반 이상 찬성을 얻어 모두 신규 선임됐다.
조 회장 측과 경영권 갈등 중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그레이스홀딩스·대호개발 등 3자 주주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로 추천한 서윤석·여은정·이형석·구본주 후보는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애초 조 회장이 확보한 우호 지분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 22.45%와 델타항공의 지분 10.00%, 카카오 1.00%,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3.79%, GS칼텍스 0.25%, 국민연금 2.9% 등으로 총 40.39%로 예상됐다.
이날 주총 출석률(의결권 위임 포함)이 84.93%를 기록한 가운데, 표 대결 결과 조 회장 측은 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을 무난하게 넘기며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다.
결론적으로 3자 연합 측의 오판이 조 회장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3자 연합은 반도건설의 보유 지분 8.2%에 대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을 이례적으로 낸 데 이어 "조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의 의결권을 제한해달라"는 가처분도 연달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주총을 사흘 앞둔 지난 24일 두 건의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반도건설의 지분 8.2% 중 3.2%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 반면 조 회장은 우호 지분을 지키게 되며 양측의 지분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됐다. 선제적으로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도리어 의결권 제한을 받게 된 것이다.
막판 변수로 여겨졌던 국민연금 역시 주총을 하루 앞둔 26일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 찬성하기로 결정하며 쐐기를 박았다.
3자 연합 측은 이날 주총 초반 반도건설의 의결권 제한과 개회 지연에 따른 출석 주주수 확정, 안건 투표와 검표 절차 등을 놓고도 이견을 제기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으나 끝내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이날 주총은 양측의 중복 위임장 사전 확인 작업 등이 지연되며 당초 예정된 시각보다 3시간 늦게 개회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3자 연합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지분율을 더 끌어올린 뒤 임시주총을 소집해 조원태 회장을 제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3자 연합 측은 이날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주총을 앞두고 꾸준히 지분을 늘린 바 있다. 다만 강성부 KCGI 대표가 "임시 주총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던 만큼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쉽사리 예단할 수 없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