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춘향이는 과대평가됐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03/2020033002102269061002[1].jpg "[논설실의 서가] 춘향이는 과대평가됐다")
춘향전, 역사학자의 토론과 해석
오수창 지음/그물 펴냄
춘향전에 대한 평가는 대비되는 두 가지로 크게 나뉜다. 신분 질서에 대항하는 새로운 시대의 논리가 담겨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정절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춘향의 모습 등이 조선시대 봉건 논리를 되풀이했다는 주장도 공존한다. 저자인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이 책에서 이러한 기존 견해를 모두 부정하며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춘향전에 얽힌 통념에 이의를 제기한다. 예를 들어 춘향의 수청 거부다. 조선 시대에는 지방 수령이 기생을 포함한 고을 노비와 동침하는 것을 법으로 금했다. 따라서 춘향의 수청 거부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허용된 행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여성의 성적 결정권을 존중해주는 시대도 아니었다. 분명히 춘향의 저항은 당시 흔치 않은 일이었다. 나이 어린 기생이 권력자와 대결한 것은 국가권력의 불법과 폭력에 맞선 민(民)의 실천을 상징한다. 하지만 춘향의 수청 거부는 신분제와 통치이념에 대한 저항이라 보긴 힘들다고 잘라 말한다. 춘향의 저항은 자의식의 강렬한 표현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지적한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이광수가 개작한 '일설 춘향전'(一說春香傳)을 비판한다. 겉으로 남녀평등, 신분평등을 표방했으나 그 내용은 전통시대 춘향전보다 훨씬 차별적이고 권위적이어서 작품성과 민중의식이 오히려 퇴보했다고 평가한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춘향전은 제대로 이해되지 못했다. 이유는 문학작품인 춘향전을 정치적 선언문처럼 분석했기 때문이다. 소설로 읽어야만 춘향전의 진실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변혁 이념을 품고 있다는 속류 민중주의 시각 또는 새로운 이념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허무주의 시각을 가지고 춘향전에 접근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춘향전의 역사적 사명은 조선 후기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형상화하고 민중의 실천을 그려낸 데서 찾아야 한다고 결론 짓는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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