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작년 말부터 7개월을 끌어온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작업이 결국 파국 수순으로 가고 있다. 국내 첫 항공사 간 기업 결합으로 주목받은 양사의 M&A가 무산되면 이스타항공은 파산 절차에 돌입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저녁 이스타항공 측에 "10일(10영업일) 이내 선결 조건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달 30일 제주항공 측에 선결과제 이행과 관련해 "문제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지만 제주항공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한 셈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요청한 선결 조건은 3100만 달러(약 370억원)의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건 외에도 조업료, 사무실 운영비, 보험료 등 각종 미지급금으로 체불 임금액을 포함해 800억~1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의 이번 공문으로 국내 항공사간 첫 기업결합 주목받은 양사의 M&A건은 결국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스타항공이 기한 내에 각종 미지급금을 해결할 만한 재무여건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가족이 보유한 지분 전체를 회사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감안해도 현 상황을 감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의원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 39.6%(41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계약서 상에 '선결 조건을 해결하지 못했을 경우 10영업일이 경과하면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이를 다시 한 번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M&A가 무산되면 정부가 애초 제주항공에 지원하려고 했던 1700억원의 지원도 취소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정부의 추가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한 파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애꿎은 이스타항공 직원들만 길거리로 나앉을 처지에 놓였다. 이미 2월부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데다 제주항공로의 인수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그동안 밀린 임금을 받기는커녕 일자리마저 잃을 것으로 우려된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최종구(오른쪽) 이스타항공 대표가 지난달 29일 강서구 본사에서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