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아닌 투기성 자산에 쏠림
저금리 기조 등 시장 거품 키워
저금리 기조 등 시장 거품 키워
시중에 풀린 돈(유동성)이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넘어섰다. 장기 균형수준을 8% 이상 웃도는 규모다. 넘쳐나는 유동성은 투자와 소비보다는 부동산·주식 등 투기성 자산에 쏠리고 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광의 통화량(M2)은 약 3018조6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섰다. M2에는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예금(이상 M1) 외 머니마켓펀드(MMF)·2년 미만 정기 예적금·수익증권·양도성예금증서(CD)·환매조건부채권(RP)·2년 미만 금융채·2년 미만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M2는 4월 한 달에만 약 34조원 늘어났다. 이는 월간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가계 부문의 유동성이 약 7조2900억원 늘어났고, 기업 부문에서 22조2300억원 늘어나 기업 차원에서 현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좁은 의미의 통화량(M1) 역시 4월 말(1006조3000억원)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따른 경기 악화로 인해 기업과 가계 등이 자금을 대거 확보하면서 시중 통화량이 크게 늘어났다.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 등의 방법으로 통화 완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유동성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 결과 특정 시점의 실제 통화량(실질·M2 기준)과 장기균형 통화량 간 격차(%)를 의미하는 '실질머니갭률'도 크게 상승했다. 지난 1분기 기준 실질머니갭률은 8%대를 기록했다. 2018년 초 0%에 가까웠던 실질머니갭률은 계속 상승세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벌써 1분기 만에 6%대에서 8%대로 약 2%포인트나 뛰었다. 해당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로 따져도 이보다 격차가 컸던 적은 없었다. 문제는 이 같은 유동성이 자산가격 거품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주체들의 유동성 확보 움직임은 금융기관의 자금 흐름에도 나타나고 있다.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늘어난 반면 은행 정기예금은 줄고 있다.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는 돈이 몰리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566조31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보다 77조8000억원 늘어난 규모로 지난해 하반기 증가액(27조9000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은행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 예금,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등 언제든지 입출금할 수 있는 자금이다. 이에 비해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672조153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보다 13조7000억원 감소했다.
시중은행보다 예금금리가 높은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은 오히려 예금 잔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저축성 자금이 많은 새마을금고는 전체 예수금이 지난 4월 말 174조8000억원에서 5월 말 176조3000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6월 말에는 178조원에 육박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와 비슷한 속도로 예수금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부동산 매매가격 현황도 심상치 않다. 최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종합(아파트·단독·연립주택 포함)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13% 올랐다. 경기도 주택가격 상승률은 전월(0.40%)보다 높은 0.68%를 기록했고, 대전은 2.19% 오르며 상승 폭이 전월(0.43%)보다 5배 이상 확대됐다.
코로나에 따른 비상 상황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유동성을 늘려 경기 부양에 나선 상태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으로 몰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은은 유동성이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으로 몰리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채권시장은 코로나19 진정 시점이 늦춰져 경기 회복이 기대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더라도 오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또다시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광의 통화량(M2)은 약 3018조6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섰다. M2에는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예금(이상 M1) 외 머니마켓펀드(MMF)·2년 미만 정기 예적금·수익증권·양도성예금증서(CD)·환매조건부채권(RP)·2년 미만 금융채·2년 미만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M2는 4월 한 달에만 약 34조원 늘어났다. 이는 월간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가계 부문의 유동성이 약 7조2900억원 늘어났고, 기업 부문에서 22조2300억원 늘어나 기업 차원에서 현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좁은 의미의 통화량(M1) 역시 4월 말(1006조3000억원)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따른 경기 악화로 인해 기업과 가계 등이 자금을 대거 확보하면서 시중 통화량이 크게 늘어났다.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 등의 방법으로 통화 완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유동성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 결과 특정 시점의 실제 통화량(실질·M2 기준)과 장기균형 통화량 간 격차(%)를 의미하는 '실질머니갭률'도 크게 상승했다. 지난 1분기 기준 실질머니갭률은 8%대를 기록했다. 2018년 초 0%에 가까웠던 실질머니갭률은 계속 상승세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벌써 1분기 만에 6%대에서 8%대로 약 2%포인트나 뛰었다. 해당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로 따져도 이보다 격차가 컸던 적은 없었다. 문제는 이 같은 유동성이 자산가격 거품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주체들의 유동성 확보 움직임은 금융기관의 자금 흐름에도 나타나고 있다.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늘어난 반면 은행 정기예금은 줄고 있다.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는 돈이 몰리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566조31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보다 77조8000억원 늘어난 규모로 지난해 하반기 증가액(27조9000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은행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 예금,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등 언제든지 입출금할 수 있는 자금이다. 이에 비해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672조153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보다 13조7000억원 감소했다.
시중은행보다 예금금리가 높은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은 오히려 예금 잔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저축성 자금이 많은 새마을금고는 전체 예수금이 지난 4월 말 174조8000억원에서 5월 말 176조3000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6월 말에는 178조원에 육박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와 비슷한 속도로 예수금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부동산 매매가격 현황도 심상치 않다. 최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종합(아파트·단독·연립주택 포함)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13% 올랐다. 경기도 주택가격 상승률은 전월(0.40%)보다 높은 0.68%를 기록했고, 대전은 2.19% 오르며 상승 폭이 전월(0.43%)보다 5배 이상 확대됐다.
코로나에 따른 비상 상황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유동성을 늘려 경기 부양에 나선 상태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으로 몰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은은 유동성이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으로 몰리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채권시장은 코로나19 진정 시점이 늦춰져 경기 회복이 기대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더라도 오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또다시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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