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33.3% 뒤이어 증가율 높아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작년 우리 상장기업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주요국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한계에 다다른 국내 기업들이 대다수 있었다는 의미로, 앞으로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다.
9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한계기업 동향과 기업구조조정 제도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주요 거래소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20개국을 비교한 결과, 국내 상장사 한계기업 수는 작년 90개사로, 전년보다 21.6% 증가했다. 이는 일본(33.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특히 전체 상장기업 중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2.9%로, 전년보다 2.3%p(포인트) 뛰었다. 국가별 상장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은 한국이 주요국 대비 낮은 편이나, 최근 한계기업 수의 증가속도가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한경연은 또 2015~2019년 외부 감사를 받은 비금융기업 2만764개사를 분석한 결과, 작년 한계기업 수는 3011개사로 전년보다 17.8%(455개) 늘었다고 했다. 한계기업 소속 종업원 수는 대기업은 작년 14만7000명으로 29.4%, 중소기업은 11만9000명으로 14.1% 증가했다. 한계기업 소속 종업원 수가 2016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작년 한 해 만에 증가세로 전환해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해 고용안정성에 대한 위험이 증가했다는 게 한경연 측의 설명이다.
한경연은 최근 세계적으로 파산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부실 기업에 더 큰 타격을 입힐 가능성을 우려했다. 5월에만 미국 의류브랜드 제이크루, 백화점체인 니먼 마커스와 JC페니, 렌터카 업체 허츠 등이 파산을 신청했다. 일본 데이코쿠 데이터뱅크는 올해 일본의 기업파산건수가 1만 건을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독일 알리안츠는 세계 파산 기업이 전년보다 2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연은 구조조정 수요의 증가를 대비한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선 재무구조 악화 기업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제도개선과 상시화를 주장했다. 회생절차를 이용 시 부실기업이라는 낙인과 불필요한 고용축소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촉법을 개선함과 동시에 상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윤경 한경연 연구위원은 "기업의 재무상황, 사업기회 등의 차이를 반영한 다양한 구조조정 수단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기업 구조조정이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인식과 함께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적극적 노력도 함께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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