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통과해도
공용 IRB 심사 요건 '산 넘어 산'
기업 아우성에도 "잘 되고 있다"
사업자 실증특례 반납 사태 우려
복지부 미온적 태도에 불만 증폭
공용 IRB 심사 요건 '산 넘어 산'
기업 아우성에도 "잘 되고 있다"
사업자 실증특례 반납 사태 우려
복지부 미온적 태도에 불만 증폭
DTC(소비자직접의뢰 유전자검사) 규제 샌드박스(이하 DTC 규제 샌드박스) 허가를 받은 기업들은 정부가 '한 개만이라도 사업을 할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고 아우성이다. 규제샌드박스 사업의 취지를 살려, DTC 서비스에 따르는 효용성은 무엇이고, 또 문제점은 무엇인지 검증하고, 향후 이를 상용화 하도록 지침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규제샌드박스 사업을 승인한 정부 당국은 '사업이 잘 추진되고 있는데 무슨소리냐'는 식이다. 승인을 받은 기업들은 공용 IRB(기관생명연구윤리위원회)라는 '허들'에 걸려 사업이 좌초 위기에 직면했는데도 정부는 막무가내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DTC 규제샌드박스 첫회 사업자들 모두가 '실증특례 반납'을 선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DTC 규제 샌드박스 사업은 산업부를 통해 실증특례를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 지정 공용 IRB를 통과하기 위한 절차에만 1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인간 대상 연구와 인체유래물 연구를 하기 전에 해당 기관내에 자율적 심의기구인 IRB 심의를 받아야 한다.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연구자 등 IRB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소규모 연구기관 등 IRB 설치·운영이 비효율적인 경우,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용심의위원회인 공용 IRB에서 심의를 받는다. 2개 이상 기관에서 공동 수행하는 연구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연구로 IRB 심의가 필요해도 공용 IRB를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규제혁신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DTC 규제 샌드박스 사업에, 이처럼 까다롭고 복잡한 IRB 심사가 강도높게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IRB가 요구하는 내용도 실증사업을 위한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연구목적의 내용이 대부분인 점도 문제다.
DTC 업계 관계자는 "DTC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공용 IRB 심사가 민간 병원 IRB 수준보다 까다롭게 진행되고 있고, 수차례 연구계획서 수정을 요구해 와, 실증특례 사업을 원래 계획대로 수행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고 토로했다. 특히 소비자들의 수요가 가장 높은 질병 항목에 대한 심사가 특히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산업부가 실증특례를 부여한 총 33개 질병(암·질환) 항목 중 A사의 당뇨병 연구만이 1차 IRB 심사를 통과한 상태며, 이 마저도 실증이라기 보다 임상적 연구 수준으로 연구계획이 변질된 상태다. 해당 업체는 연구목적이 원래 취지와 달라져 당황스럽지만, 이 한 개 항목이라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IRB 심사를 최종 통과시켜주기만을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IRB 요청대로 연구계획서를 수정·보완하다보니 실증, 서비스 등 당초 규제 샌드박스 목적은 사라지고, 심리연구와 임상연구를 위한 용도로 변질됐다"면서 "그래도 하나만이라도 사업을 할 수 있게 열어달라는 바람이다"고 읍소했다.
IRB 통과를 위한 비용도 만만찮다. 이 관계자는 "IRB가 요구하는 연구비는 산자부가 지원해주는 액수로는 부족하고, 대부분을 회사 돈을 투입해야 한다"면서 "실증사업이 아닌, 임상적 연구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이 많은 돈을 투입하는 것이 타당한지 회사 차원에서도 갈등이 크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당초 큰 기대를 걸었던 DTC 규제 샌드박스 사업이 이처럼, 차질을 빚으면서, 사업자들은 복지부의 미온적 태도에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DTC 규제 샌드박스 사업을 승인했지만, IRB를 핑계로 사업 추진에 소극적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DTC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IRB 최종 승인이 나온 것은 작년 말 테라젠이텍스의 '비만' 항목이 유일하다"며 "이는 복지부가 '일단 사업은 하고 있다'고 보여주려고 해넘기기 전에 해 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작 소비자의 관심이 많고 기업이 하고 싶어하는 질병 항목은 IRB에서 막혀있고, 이러다보니 기업들은 이 사업을 계속 해야될지, 접어야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DTC 업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규제 샌드박스 허가를 받은 사업자들이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 다른 DTC 유전자 검사 규제 샌드박스 참여 업체 관계자는 "복지부는 회사가 당초 한꺼번에 진행하려했던 3개 연구목적에 대한 승인을 따로따로 받고, 항목도 축소해서 IRB를 받을 것을 제안해 왔는데, 그렇게 해서는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도출할 수가 없다"며 "DTC 유전자 검사를 했을 때 실제로 문제가 없겠느냐를 봐야 하는데, 항목 한두개로는 제대로 된 조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DTC 사업자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보건복지부는 느긋한 입장이다. 1년 넘게 해당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자칫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업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애써 태연한 모습이다.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질병 항목으로 IRB 심의 중인 한 기업의 경우, IRB로부터 연구과제 수준으로 진행할 것을 요구받았다기보다 연구내용을 실증가능한 수준으로 충분히 업데이트하라는 의견을 받은 것"이라며 "IRB 심사는 이미 상당히 진도가 나간 편"이라고 해명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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