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이래 첫 비대면졸업식
'논문 26편' 권현 소령 등 화제
김영훈 대성회장 박사 학위
'논문 26편' 권현 소령 등 화제
김영훈 대성회장 박사 학위
"군인 신분으로 박사 과정 3년 동안 무려 26편의 국제학술지 논문을 내고, 만삭의 몸과 출산·육아의 힘든 과정을 거쳐 석사학위를 받은 삼성전자 여성 연구원까지…"
올해 KAIST를 졸업하는 화제의 학위 수여자들의 이력이다.
KAIST는 28일 대전 본원에서 '2020년 학위수여식'을 열어 박사 721명, 석사 1399명, 학사 726명 등 모두 2846명에게 학위를 준다. 이번 행사는 지난 2월 예정이었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된 것으로, 1971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비대면 졸업식'으로 치러진다.
이날 36개월 박사과정 재학 기간 중 총 26편의 논문을 주요 저널에 게재하고 국제학술대회에 발표한 권현(33·전산학부) 소령(진급대상)이 박사학위를 받는다. 2017년 육군 위탁 교육생으로 KAIST 전산학부 박사과정에 입학한 권 소령은 머신러닝 사이버 보안과 침입 감내 시스템을 주로 다루는 시스템 보안 분야를 연구했다.
3년 동안 매일 아침부터 자정 넘게까지 연구에 매진한 결과, 12편의 주저자 논문을 포함해 14편의 SCI(E)급 논문을 발표했다. 또 미국 군사분야학회인 '밀컴 2018', 컴퓨터 보안분야 학회 'ACM CCS 2019' 등 세계적 학술대회에 1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권 소령은 "10년 간 군인으로 살아오며 몸에 밴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야전에서 작전을 수행하듯 단기 목표를 정해 달성 정도를 점검하는 연구방식 때문에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석·박사 학위를 모두 KAIST에서 받은 권 소령은 군 위탁생 최초로 네이버 박사 펠로우십 어워드(2018년), KAIST 박사학위 우수논문상 수상(2020년) 등을 포함해 25개 SCI(E)급 저널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 달부터 육군사관학교 전자공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권 소령은 "앞으로 의료 데이터를 이용한 보안문제나 딥러닝 모델의 보안 취약점 분야 등을 연구해 학문 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만삭의 몸으로 KAIST 석사과정에 입학해 출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학위를 받은 김정훈(40·전기및전자공학부)씨도 화제의 졸업생으로 꼽힌다. 김씨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근무하던 2017년 회사 학술연구 프로그램에 선정돼 만삭의 몸으로 KAIST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출산 후 2개월이 채 안돼 남편과 갓난아기를 집에 남겨둔 채 학교 기숙사로 거처를 옮겨 학업에 전념했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로 인한 지친 몸 때문에 휴학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그러나 아이를 돌보는 동안 전공 관련 책을 놓치 않았고, 이듬해 봄 다시 학교에 돌아와 나이 어린 연구실 동료들과 연구에 매진한 끝에 수원과 대전을 매주 오가는 상황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3월 수석연구원으로 현업에 복귀해 딥러닝을 이용한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기술을 연구 중인 김씨는 "묵묵히 기다려준 남편과 아이, 집안일과 양육을 도맡아 주신 양가 부모님 덕분에 학위를 취득했다"며 "연구실 동료들과 교수님, 지인들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위수여식에서는 2000년 학부생으로 KAIST에 입학한 뒤 20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는 강윤정(38·기계공학과) 박사가 영상을 대표연설을 한다. 강씨는 "졸업생 대표로 연설하는 것은 그 누구보다 많이 실패하고 좌절했지만, 결국 극복해 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 4월부터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후과정을 밟고 있다.
학위수여식에서는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이 명예과학기술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김 회장은 기업인으로 세계 에너지 문제 해결에 앞장서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대 민간 에너지 기구인 '세계에너지협의회' 부회장과 공동회장, 회장 등으로 잇따라 선출돼 글로벌 에너저 정책 리더로 역할을 해 왔다. 특히 2013년 '에너지 분야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에너지총회를 국내(대구)에 유치해 성공적으로 개최, 우리나라 위상을 높였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도전과 창의, 배려의 'C3' 정신을 실천해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KAIST 졸업생들에게 부여된 시대적 소명"이라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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