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우생학과 인종주의, 그 광기의 역사](http://contents.dt.co.kr/images/202009/2020091502102269002001[1].jpg "[논설실의 서가] 우생학과 인종주의, 그 광기의 역사")
유전의 정치학, 우생학
김호연 지음/단비 펴냄
다윈의 진화론은 서구인의 사고와 가치관에 일대 변화를 가져온 역사적 분수령이었다. 진화론의 영향을 받은 다윈의 사촌 프랜시스 골튼은 우생학의 터를 닦았다. 골튼은 인간의 불량한 형질을 제거하고, 인종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선택적 생식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우생학자들이 설파한 생존경쟁과 최적자 생존의 논리는 인간 개선이란 미명 하에 다양한 사회적 부적격자들을 제거하고, 정치·사회·인종적 차별을 정당화했다. 우생학은 승자의 논리를 대변하며, 미리 정해진 결론을 과학의 권위에 기대어 정당화했다.
이런 논리로 미국은 국적별 이민 할당법으로 비(非) 앵글로색슨을 차별했다. 1930년대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는 거세법을 시행했다. 나치 독일은 1934~1939년 사회부적격자와 정신박약자 40만 명을 거세했고, 20세기의 가장 잔혹한 역사로 기록된 대량 학살의 만행을 저질렀다. 일본 관동군 731부대의 잔인한 인간 생체실험 만행도 있었다. 저자는 반인간적 살육의 역사를 가능하게 한 우생학의 야만적 역사를 통해 역사적 교훈을 얻고자 한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등장 이후 표출된 인종주의에 주목한다. 인종주의적 태도와 실행은 야만과 증오가 우리 삶의 일부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인종주의는 19세기 후반 유럽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팽창주의, 경제위기, 대중 미디어 등장 등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고 강화됐다.
과학은 이 과정에서 인종주의를 정당화하는 기제로 활용됐다. 즉 인종주의는 우생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우생학은 장애, 이민, 인종, 성, 국가 등과 관련된 이데올로기와 긴밀히 연계돼 있다. 저자는 유전학의 세기를 맞아 우리 역시 위험한 비탈길을 따라 과거 우생학의 악몽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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