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기자 9904sul@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주식시장은 소위 '유동성 장세'로 불릴 정도로 실물 경기에 기반을 두지 않는 위험한 놀이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중에 풀린 돈이 갈 곳이 없어 주가만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장세는 한 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이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2023년까지의 유동성 확대 정책을 유지할 것을 강하게 시사했다.
현재 코로나 19 팬데믹 사태가 심화하면서 재정을 통한 유동성 확대 정책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의 조치에 당장 일본이 반응을 하고 나왔다.
우리 정부 역시 4차 추가경정예산을 짜놓고 돈 풀 태세를 갖춘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유동성에 부실이 가려져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급속히 늘어나는 '열끌 빚투'(영혼까지 끌어 모은 빚 투자)가 우리 자금시장 충격 요인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 어긋나는 실물경기와 주가 = 시장의 우려는 무엇보다 주식시장과 실물 경기의 디커플링 현상이다. 지난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내 기업의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0.1% 감소했다. 6개 분기 역성장세가 지속됐고, 역성장 폭이 1분기(-1.9%)의 5배에 달했다.
기업경영분석 편제대상 중 상장기업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분위수 통계를 보면 제조업 매출액증가율의 1분위수가 -27.7%로 나타났다. 상장 제조업체 중 매출액증가율이 -27.7% 이하인 업체의 비중이 25%라는 뜻이다.
기업 규모로 보면 대기업의 매출액성장률이 -11.34%로 중소기업(-4.89%)에 비해 매출액 감소폭이 컸다. 업종별로는 제조업(-12.7%)이 비제조업(-6.5%) 모두 1분기보다 매출액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주가는 이와는 반대로 상승세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9.75포인트(1.22%) 내린 2,406.17에 장을 마치면서 이틀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불과 이틀 전인 15일만해도 코스피는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나흘 연속 상승 연고점을 경신했다. 15일 주가는 2,443.58에 장을 마쳤다. 15일 코스피 주가는 지난달 13일 기록한 연고점(2,437.53)을 한 달여 만에 갈아치운 것이었다.
◆ '영끌 빚투'에 금융사 대출 관리 나서 = 유동성 공급과 함께 코스피 거품이 꺼지면 우려되는 것이 무엇보다 빚을 낸 투자자들이다. 현재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8월 7일 15조원, 18일 16조원 넘기는 등 사상 최대치를 계속해서 새로 쓰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으로는 17조 5,684억원을 기록해 한 달여 만에 2조원이 증가했다. 위험한 것은 신용거래 잔액 뿐이 아니다. 현재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은 기하급수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당장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이달 10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25조4172억원으로 지난 달 말(124조2747억원) 이후 불과 열흘 만에, 영업일 기준으로는 8일 만에 1조1425억원이나 증가했다.
이에 은행과 증권사들은 대출 관리에 나서고 있다. 당장 은행에서는 1% 대 금리의 신용대출이 사라질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 가계대출 관리방안 등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각 은행별로 금리나 대출 한도, 대출 사후관리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도 지난 14일 시중은행, 카카오뱅크 임원들과 화상회의를 열어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목표 금액과 관리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증권사들 역시 신용거래융자를 속속 옥죄고 나섰다. 유동성 장세마저 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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