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제품 10~15% 요율 책정
향후 비용 측면서 훨씬 효율적
'겁내지 말자'는 조직문화 강조
향후 비용 측면서 훨씬 효율적
'겁내지 말자'는 조직문화 강조
코로나 위기 혁신기술로 뚫어라
박일준 한국동서발전 사장
"공기업이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는 거죠."
박일준(사진)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1일 서울 삼성동 발전공기업협력본부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동서발전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국내 업체와 개발하는 과정에서 테스트베드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간 전력산업계의 ERP는 주로 SAP 등 외산 기술을 써왔다고 한다. 박 사장은 "10년 넘게 사용해온 노후화된 시스템 대신 국산 솔루션을 적용해 ERP 고도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국산 ERP를 도입하는 것은 매출 1000억원이 넘는 국내 35개 공기업 중에선 첫 사례다. 박 사장은 "국산 소프트웨어 품질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ERP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열세를 보이고 있다"며 "공기업이 앞장서 국산 제품수요를 발굴하고, 국산화 개발을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2008년부터 써온 외산 ERP를 국산화하는 결정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어느 발전사에서도 국산화한 곳이 없었던 만큼 부담도 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산화를 밀어붙이는 데에는 박 사장의 '뚝심'이 작용했다. 그는 "외산 제품은 도입비의 20~25% 정도를 유지보수 요율로 책정하고 있는 반면 국산 제품은 10~15%의 요율을 책정하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10년뿐 아니라 앞으로의 10년까지를 내다봤을 때 비용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동서발전은 2018년 ERP 고도화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이후 전문가들로부터 사전검증과 자문을 거쳤다. 지난해 7월부터는 국내 ERP 기업인 더존비즈온의 솔루션을 토대로 동서발전에 특화한 '큐비스(KEWVIS)'를 구축하는 중이다. 총 18개월 동안 분석설계→기능개발→테스트 단계 등으로 진행되는 사업은 현재 6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박 사장은 3년 임기의 막바지로 접어든 소회도 전했다. 행정고시(31회)에 합격해 지식경제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30년 동안 공무원으로 일한 박 사장은 2018년 2월 동서발전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고장이 곧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특성상 에너지 산업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보수적인 영역"이라면서도 "취임 초부터 '새로운 시도를 겁내지 말자'는 조직문화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발전소는 기본적으로 전기를 만드는 데 전문적인 조직"이라며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쑥스러워 한다. 때문에 잘못하고 있는 부분은 인정하고 고쳐나가는 문화를 조성코자 노력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더 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해보고자 한다"며 "규모가 있는 조직인만큼 굼떠 보일진 모르겠으나, 성과를 위한 물줄기를 터 놓자는 생각으로 남은 임기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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