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DSR 규제 앞두고 마이너스 통장 개설 급증
신규 개설 2053건→6618건 · 약정액 763억→3518억원
한도 소진율은 되레 감소…사전 개설 수요 늘어나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가 임박하면서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이달 30일부터 8000만원 이상 연 소득자의 마이너스 통장을 포함한 신규 신용대출이 모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출 최대 약정액 대비 실제 사용률(한도소진율)은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규제 시행에 앞서 '일단 받아놓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23일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 통장대출) 신규 개설 건은 6681건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달 12일 개설수(2053건)와 비교하면 3.3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지난 13일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가 발표된 직후 급증한 양상이다. 이달 초 2000건에 그치던 마이너스 통장개설 수는 18일 4231건에 이르렀고, 20일에는 6086건을 기록했다. 23일 정점을 찍은 뒤에도 25일(5869건)과 26일(5629건)에도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자료=각 은행
신규 개설에 따른 최대 약정액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다. 12일에 비해 23일의 개설 건수는 3.3배 늘었지만, 같은 기간 약정액은 4.6배(763억원→3518억원) 증가했다.
대출 건수가 증가한 것과는 반대로 실제로 사용한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은행권의 한도 소진율(최대한도 약정액 대비 실제 사용 잔액)은 30~40% 수준으로, 올해 초 40% 중반 수준에서 하락했다. 최대 100만원을 빌려 쓰기로 약정해놓고도 실제 사용액은 40만원에 그쳤다는 의미다.
이런 양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금융당국이 이달 30일부터 연 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30일 이후 새로 받은 마이너스 통장 대출은 신용대출 총액에 합산되기 때문에 사전 개설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단 일부 신용한도대출의 경우 소진율이 낮으면 한도가 축소될 수 있다. 국민은행은 만기일 3개월 전까지 평균 소진율이 10% 이하면 최대한도의 20%를 깎은 뒤 기한을 연장해주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축소 방침에 따라, 고액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실제 사용액이 낮으면 갱신 시 한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