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의 핵심 축인 '수소발전의무화제도(HPS)'의 도입 준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2022년부터 에너지 업계에 수소발전 의무할당량을 부여해 신에너지 발전량을 확대하는 HPS를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에 이어 HPS까지 도입되면 발전 공기업들의 부담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석탄발전을 주력으로 하던 발전 공기업들은 '탈석탄' 정책에 따른 영업손실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8일 충남 서산시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방문해 "수소법 시행으로 수소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가 완비됐다"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향후 우리나라 탄소중립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는 인근 석유화학공장의 공정에서 버려지던 부생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발전소다. 정부는 2040년까지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15기가와트(GW)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와 한국에너지공단 등 관계 기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HPS 도입을 앞두고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HPS는 지난 2012년 RPS 도입 이후 10년 만에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로, 기존 RPS에 포함돼 있던 수소연료전지 발전을 따로 떼 의무화하는 것이다. 정부가 수립한 수소경제 로드맵대로 수소 보급이 계속 확대되면 RPS 내 수소 비중이 급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별도로 분리했다는 설명이다.
에너지공단은 HPS 제도 도입에 따른 수소 보급 효과를 따지는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무발전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할지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HPS 의무이행 부담을 지게 될 사업자 선정 기준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RPS 도입 때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제도로 인해 에너지 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따져 의무사업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HPS를 경험이 많은 기존 RPS 의무사업자에 추가 적용하면 새 제도가 빨리 안착하는 장점이 있을 것이고, 판매사업자에 새로 적용하면 수요 독점에 따라 연료전지 시장에 경쟁이 도입되면서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미 RPS를 적용 받고 있는 주요 발전 공기업과 민간발전사가 HPS 의무사업자로 선정되면 '이중부담'이 불가피하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전5사 등은 이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투자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최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에너지전환 지원법'이 통과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 법안은 발전사업 변경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업자·노동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석탄발전소 1기를 폐지하면 본사 및 협력사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탄소중립을 위한 탈석탄 정책에는 공감하지만, 주력 발전원인 석탄발전을 줄이는 과정에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성윤모(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8일 수소법 시행 이후 부생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한 세계 최초의 상업용 발전소인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위치한 대산연료전지 발전소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