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 땅 투기 의혹 폭로 이후 전국에서 비슷한 사례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기업을 물론이고 국회의원 일가·친척, 자치단체 의회 의원, 지방 공무원 등이 개발정보를 미리 빼내 투기를 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개발 계획이 있는 곳이면 여지 없이 공식처럼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바닥으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이번 기획에 모든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공직자의 업무 정보를 동원한 투기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명시는 10일 자체 조사를 통해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땅을 매입한 소속 공무원 6명을 확인하고, 투기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들 공무원은 지난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논, 밭, 임야 등을 사들였다. 시흥시도 신도시 예정지 내 토지를 취득한 공무원 8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공무원과 LH 임직원 12명은 투기 의혹 전수조사를 위한 개인정보 이용 동의에 불응했다. LH 직원 3∼4명이 신도시 땅 보유를 자진 신고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기 하남에선 시의원이 지난 2017년 어머니와 함께 평당 40만원에 매입한 임야가 3기 신도시 교산지구로 편입돼 매입가의 2배가량을 보상받기도 했다.
한국도로공사에서도 공사 직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당시 한국도로공사 직원이었던 A씨는 비공개 정보인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 설계 도면을 활용해 토지 1800여㎡를 매입했다가 2018년 파면됐다. A씨는 현재도 해당 토지를 부인과 지인의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의 어머니는 지난 2019년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광명 가학동 인근 땅을 매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땅은 LH가 개발하는 신도시에 포함되진 않았으나 3기 신도시 예정지 인근이어서 일각에서는 개발정보를 알고 투자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세종지역에서도 시의회 의원들이 부인또는 어머니 명의로 조치원읍 토지를 매입한 뒤 도로포장 예산을 편성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
광명·시흥 외 인천 계양,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다른 5개 3기 신도시 예정지에선 신도시 발표 직전 토지 거래량이 2∼4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지자체나 공기업 개발 담당 공직자들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이 정보를 미리 빼내 땅 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을 정도로 만연해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언젠가는 터질 일이 이번에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윤리법, 국회법 등을 포괄하는 정밀한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내부자 정보 누설 등을 1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3∼5배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공기업과 중앙 부처, 정치인, 지방의회 의원, 지방 공직자들 사이에 만연한 투기족을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전문가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번 기회에 우리 공직 사회에 만연한 투기 한탕주의를 도려내야 진정으로 깨끗하고 정의로우며 공정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이번 사건은 공정과 정의라는 시대의 가치를 훼손한 것으로 일회성 수사와 처벌에 그쳐선 안 되며 발본색원해야 한다"면서 "공직자의 이해상충 문제를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하는 등 제도 전반을 제대로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안진걸 소장은 "이번 기회에 공직 사회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 공적 정보를 악용한 사적 탐욕은 아예 머릿속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투명하고 맑은 공직문화를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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