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敗家亡身(패가망신)](http://contents.dt.co.kr/images/202103/2021031202102369061001[1].jpg "[古典여담] 敗家亡身(패가망신)")
일제시대 반복창(潘福昌)이란 사람이 있었다. 12살 때 일본인 미두(米豆) 중매점(仲買店)에 사환으로 들어갔다. 푼돈 모은 전 재산 500원을 미두시장에 투자했다. 그런데 그가 찍는 대로 미두 시세가 움직이는 희한한 현상이 벌어졌다. 1920년 그는 1년 만에 무려 40만원(현 시세 400억원)이란 거금을 벌어 단숨에 최고 갑부 대열에 올라섰다. 부를 거머쥔 그는 당시 서울 장안의 미인으로 이름났던 김후동(金後童)과 조선호텔에서 초호화 결혼식을 치렀다. 결혼식 비용만 지금 돈으로 30억원이었다. 인천에 대저택도 짓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를 '미두신(米豆神)' '미두왕(米豆王)'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1년 뒤 그는 완전히 망했다. 미두 시세 예측에 거듭 실패해 손해를 보고, 그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투기적 거래'를 감행한 끝에 전 재산을 탕진했다. 이후 이혼 당하고 사기사건에 휘말렸고 중풍까지 걸렸다. 한 때 신으로 불렸던 그는 "오른다", "내린다"고 중얼대며 미두취인소 주변을 왔다갔다 하다가 1938년 40세에 세상을 떠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부동산 정책이 불신을 당하고 국가 기강마저 흔들릴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발본색원(拔本塞源)을 다짐했다. 정부는 죄를 따져 '패가망신'할 정도로 엄히 다스리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수사는 대대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즈의 말대로 욕망이 있다는 건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욕망이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당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일확(一攫)으로 천금(千金)을 벌려다가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버리면 '반복창'처럼 한방에 무너진다. 투기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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