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사태에 대한 부동산 민심이 들끓으면 광명 시흥 신도시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일 거세다. 최근 LH 직원 2명이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지만 동정보단 비판적 댓글이 많다. LH 사태에 대한 민심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15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YTN 의뢰로 지난 12일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광명 시흥의 3기 신도시 추가 지정을 철회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응답은 약 58%로 압도적이었다. 여론이 계속 악화할 경우 정부로서는 광명·시흥 신도시 추진을 강행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하면서 2·4 대책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됐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으나 변 장관에게 2·4 대책의 기초 입법 작업까지는 마무리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시한부 장관이 된 변 장관이 차기 국토부 장관 선임 전까지 2·4 대책의 기초 입법 작업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2·4 대책 관련 법안은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정되지 못했다. 남은 국토위 일정을 감안하면 이달 상정되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LH 사장 공석도 장기화할 전망이다. 작년 12월 변창흠 사장이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뒤 3개월째 대행 체제다. 김세용 SH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됐으나 김 사장이 땅 부자라는 점 때문에 국토부가 부담감을 느끼면서 원점으로 되돌았다.
변 장관이 LH 사태로 흔들리고 정책의 손발인 LH마저 해제 수준의 강도 높은 조직 개편을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돌면서 2·4 공급대책 실행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
정부는 연일 2·4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을 강조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노력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거듭 2·4대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강조했고 정세균 국무총리도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공공주택 공급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지난 12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기존 부동산 대책은 지정 취소나 변경 없이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는 그러면서 2·4 대책의 구체적 추진 일정도 제시했다. 서울 도심 개발사업과 관련해 서울 전체 25개 대상 사업설명회를 통해 500여 건에 이르는 민간 컨설팅과 상담을 했다며 여건이 우수한 후보지를 선정해 이달 말 공개하겠다고 했다. 또 15만호 규모의 잔여 신규 공공택지 입지도 철저한 준비와 검증을 거쳐 다음달 발표하고, 오는 7월로 예정된 3기 신도시 인천 계양의 사전청약 일정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2·4 대책에서 약속한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 주거지를 대상으로 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재개발·재건축인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 공공택지 신규지정 등은 모두 LH가 주도해야 하는데 이번 사태로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국민의힘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는 3기 신도시 사업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고 정의당은 2·4 공급대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 신도시 주민의 반발도 일부 신도시에서 조직화하고 있어 사업의 지연 또는 축소 우려가 제기된다.
부동산 업계는 신도시 정책을 철회할 경우 부동산 시장에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신도시 정책을 철회하면 공급 부족 우려로 회오리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 "3기 신도시 분양만을 바라보는 장기 무주택자나 30대 신혼부부들의 희망을 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변창흠(사진) 국토부 장관이 14일 열린 LH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에서 정세균 총리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