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서민들의 전셋집 구하기는 힘겨운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작년 11∼12월 주간 기준 상승률이 0.14∼0.15%까지 높아진 뒤 올 들어 1월 0.13%, 2월 0.07%, 3월 0.04%, 4월 0.03% 등 매달 상승폭이 줄고 있다.
특히 전셋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권의 경우 강남구는 지난달 45주 만에 상승에서 하락으로 전환한 뒤 지난주까지 3주 연속 마이너스 장세를 이어갔고 강동구와 마포구도 2주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전셋값이 안정세를 보였다.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이달 13일 기준 2만3535건으로, 3개월 전 1만8817건과 비교해 25% 증가했다. 정부가 작년 7월 말 새 임대차보호법을 시행한 이후 작년 9∼10월에는 1만건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근 새 아파트에 입주가 시작된 것도 전세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데 영향을 줬다. 마포구의 경우 염리동 염리3구역을 재건축한 마포프레스티지자이 1649가구가 입주를 시작했고, 강동구는 상일동 고덕자이 1824가구와 고덕강일 8단지(946가구)·14단지(943가구) 등이 입주에 들어갔다.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에 매물이 쌓이고 신규 공급도 늘고 있지만,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 사이에서는 전셋값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서울에 집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한탄이 나온다.
오는 7월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회사원 송모(37)씨는 "지금 사는 마포구 아현동 집의 계약을 갱신하고 싶지만, 집주인이 들어온다고 해 다른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주변 전셋값이 기본 2억원은 올라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출퇴근 길이 멀어져도 더 외곽으로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3단지 전용면적 59㎡는 지난 1일 보증금 7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올해 1월 거래된 8억원에 비하면 소폭 조정된 가격이지만, 작년 상반기 시세가 6억원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 넘게 뛰었다. 해당 평형은 현재 인터넷 부동산 포털에 7억7000만원짜리 전세가 1건 올라와 있다.
중저가 아파트 전셋값도 오를 땐 가파르게 오르더니 내리는 속도는 더디다. 성동구 옥수동에 위치한 '나홀로 아파트' 극동옥정 전용 59㎡는 2년 전 보증금 3억1000만원에 거래됐던 것이 현재 5억6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 아파트는 집주인이 한 달 전 6억원에 전세로 내놨다가 집이 빠지지 않자 4000만원을 내렸으나 여전히 새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송파구 가락동 가락금호 전용 59㎡ 아파트를 보증금 6억2000만원에 내놨는데, 전세가 나가지 않는다는 집주인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아파트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6억7000만∼6억8000만원에도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 역시 작년 상반기 4억∼5억원 수준에 거래됐던 것에 비하면 최고 2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이 게시글에는 "가격을 낮추면 금방 안 나가나요?"라는 댓글이 달렸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