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장
![[기고] 국가시스템, 플랫폼 융합 화급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04/2021041902102369073001[1].jpg "[기고] 국가시스템, 플랫폼 융합 화급하다")
최근 ESG 경영이 화두다. 유수의 기업들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비재무적 가치를 중시하며, 사회적·윤리적 가치에 기초한 사회책임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경제·산업적 기여에 몰입했던 정부출연(연)이 사회문제 해결 역할에 고민하는 지금의 모습과 닮았다. 그것은 단순히 선한 영향력의 문제이기보다 한 국가와 사회의 주권자인 국민이 공공연구기관의 역할로서 제시하는 엄중한 요구인 것이다. 이제 출연(연)은 각자의 과학기술영역에서 보유하고 있는 필살기를 활용하여 해법을 제공해야 한다. 그 중심의 축으로 데이터, 네트워크, AI로 대표되는 지능정보기술이 있고, 이 기술들이 사회 각 분야와 교류하며 도출된 문제들과 결합해 해법을 만들어가는 체계가 필요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ETRI는 이를 '국가지능화 융합 플랫폼'이라고 한다.
ETRI가 지향하는 국가지능화 융합 플랫폼은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 사회, 산업, 공공영역을 AI나 빅데이터와 같은 지능정보기술을 매개체로 신개념의 제품이나 서비스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담당하는 주력부서들의 명칭도 통상적인 기술공급 중심이 아닌 기술수요 중심으로 설정된 조직들이다. 도시·교통, 복지·의료, 에너지·환경, 국방·안전, 제조·산업 분야의 연구조직들이 이에 해당된다, 기술수요와 기술공급 간의 융합, 또는 수요에 대응한 다양한 기술간 융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플랫폼은 본래 공간 또는 장소의 개념에서 출발해서 이제는 서비스 플랫폼, 비즈니스 플랫폼 등 다양하게 통용된다. 여기에서 플랫폼이란 공통의 환경을 의미하며, 그 환경은 하드웨어 요소와 소프트웨어 요소, 기술적 요소와 비기술적 요소 등 다양하게 구성된다. 그래서 단일 지식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종 분야의 지식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개념이 융합이라면, 플랫폼과 융합은 찰떡같이 어울리는 한 쌍이 아닐까 싶다.
다행히 ETRI와 같이 대부분의 출연(연)들이 각자의 과학기술 영역에서 도출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고민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문제가 문제'인 셈이다. 각 기관들은 각자의 필살기에 해당하는 과학기술적 보유역량을 토대로, 잘 정제되고 이미 이슈화된 사회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이를 과제화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자칫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할 수 있는 것만 시도하는 것은 아닌지 자성해 봐야할 시점이다. 사회문제는 매우 광범위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면서 환경변화에 유동적이기까지 하다. 즉, 문제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경로와 국가적 관점에서 정제된 소위 '사회적 문제은행'이 필요하다. 이러한 활동은 기술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개별 연구기관에서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그럴 경우 수요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범부처 차원 또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같은 상위의 거버넌스에서 다양한 사회문제를 인식하고 정의할 수 있도록 가칭 '사회이슈 추진위'와 같은 집중화된 채널을 분야별로 운영하고 범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결국, 문제 정의에서부터 출발하고 문제 자체에서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기술적 솔루션들이 서로 협력하고 융합하는 국가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봐야 할 것을 제대로 보고, 해야 할 것을 협력을 통해 찾는 문제 중심 해결이 우리 출연(연)이 돌아가야 할 초심일 것이다. 언제나 답은 문제 안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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