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 19세기발전소 대표·아키비스트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전 황사도 골칫덩이였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04/2021042902102269061001[1].jpg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전 황사도 골칫덩이였다")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인 1921년 봄에도 상당히 심한 황사가 몰려와 관련 기사가 지면을 덮고있다. 1921년 4월 15일자 조선일보에 '토우(土雨)! 황사(黃砂) 만천(滿天), 천지가 암당하고 눈을 뜰 수가 없이 흙비가 굉장히 가득'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인다. "14일 새벽부터 홀연 6월 안개 속 같이 천지가 캄캄해지며 종일토록 토우가 내린 바, 토우가 이같이 농후하기는 실로 근년(近年)의 처음이라. 아마 조선, 만주는 물론이요 일본 내지까지도 그러한 듯한데 (중략) 인천관측소의 전보를 볼진대, 매년 2월부터 5월까지 사이에 제일 많이 관측되는 황사는 금년에도 이미 두 번이나 경미한 황사가 날라왔으나,이번 14일과 같이 조선에서 속칭하는 흙비가 습래(襲來 ; 쳐들어 옴)함은 자못 10년 이래 희유(稀有 ; 몹시 드문 일)한 사실이다."
같은 일자 매일신보도 '평양에도 황사(黃砂) 비래(飛來), 천지가 암담, 뇌성(雷聲)은 진동' 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북몽고 방면에 전에 없던 고기압이 일어나 그 영향으로 13일 이후로 만주와 조선 지역에 맹렬한 바람이 대단히 불어서, 평양 지방에는 종일 맹렬한 바람이 불고 뇌성벽력(雷聲霹靂)이 그치지 아니 하였으며, 14일 새벽녘부터는 누런 모래가 날려 천지가 암담하여 방에 불을 켠 집이 불소(不少 ; 적지 않음)하여, 근년에 보지 못하던 황사라더라."
황사는 최근에 생긴 현상이 아니다. 삼국사기에 우리나라 최초의 황사 기록이 나온다. 신라 이사금 때인 서기 174년 '하늘에서 흙이 비처럼 하루종일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흙이 비처럼 내린다고 하여 '우토'(雨土)라고 표기했다. 황무(黃霧 ; 누런 안개)라고도 불렸다. 고려 시대 역사서에도 황사 기록은 여러 군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황적무(黃赤霧 ; 누런 빛을 가진 붉은 색 안개), 우황토(雨黃土 ; 누런 흙이 섞여 내린 비), 황진(黃塵 ; 누런 먼지) 등은 고려 역사기록에서 발견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토우'(土雨)로 표현됐다. 우리말로는 '흙비'다. '흙비'라는 말은 조선시대 내내 사용됐다가 일제 강점시대에 '황사'로 바꿨다. 1915년 '황사'라는 용어가 경성측후소의 기상관측일지에 쓰여져 있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황사'라는 단어는 실은 일제 강점기의 유물인 셈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에까지 위력을 떨쳤던 황사는 종종 자연재해가 아닌 큰 흉사(凶事)의 징조로 여겨지기도 했다. 게다가 황사가 단순히 흙먼지가 아니라 먼지 속에 나쁜 균이라도 있을까봐 상당한 걱정까지 했다.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전 황사도 골칫덩이였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04/2021042902102269061001[2].jpg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전 황사도 골칫덩이였다")
1913년 2월 23일자 매일신보에 '20일의 기현상'이란 제목의 기사가 보인다. "20일 아침 이후 이상하게 하늘이 흐려 햇빛을 볼 수가 없고 구름이 점점 덮여 날이 더욱 어두워지는데, 공기는 극히 건조해 비도 올 것 같지 않은 기괴한 현상을 이루었다. (중략) 인천관측소에서 이 이상한 일을 연구하고자 각종의 관측을 행한 즉, 태양은 희고 푸르게 보이고 구름같이 보이는 것은 구름이 아니라 극히 미세한 모래 티끌인 줄로 발견하였더라. 이에 대하여 관측소장 와다(和田) 박사의 말을 들은 즉, '이 일은 기이한 일이 아니라 아마 수일 전 몽고 방면 고비사막에 바람이 일어 그 모래 티끌의 큰 것은 떨어지고 가늘고 작은 것은 하늘로 날아올라 서(西)에서 동(東)으로 흐르는 바람의 방향이 남(南)으로 내려와 20일 아침부터 이와 같은 티끌이 조선의 하늘을 덮은 바, 이것이 소위 흙비(土雨)라. 이는 결코 희귀한 일이 아니며 괴이하게 여길 것이 아니다'라고 하더라."
1921년 4월 19일자 매일신보에도 '황사가 흉사의 전조라는 유언비어'란 제목의 기사가 게재되어 있다. "몽고의 태풍으로 인하여 내습한 황사군(黃砂軍)은 3일간 조선 천지의 하늘을 암담하게 한 여세를 몰아 멀리 현해탄을 순식간에 비월(飛越)하더니, 황사군의 맹위는 도쿄(東京), 관동(關東) 일대는 물론 북으로 센다이(仙臺)까지 습격하였다고 한다. 황사군의 맹위는 자연계의 위력을 우리에게 과시함이로되 이로써 무슨 흉사의 전조(前兆)가 아닌가 하는 요언(謠言; 유언비어)이 있다니, 가기가소(可忌可笑; 우스꽝스럽다)의 일이라."
같은 달 28일 매일신보에도 또 비슷한 기사가 나온다. "향일(向日 ; 지난번) 14, 15 양일을 두고 몹시 불어 일어난 몽고풍진(蒙古風塵)은 실로 처음 보는 소위 흙비라고 하던 바, 누구든지 흙비가 사람의 몸에 해독(害毒)이나 없을까 염려함이 비상(非常 ; 심상치 않음)하였는데, 그 중 가장 심했던 14일 오후 4시 의학전문학교 위생실에서 교장 시가(志賀) 박사 지도하에, 그 학교 교수 후지 사다요시(富士貞吉)씨와 카와이(川合), 이(李) 조수가 세밀히 검사를 한 결과를 들어보면, 사람의 몸에 해독은 없는 것이라, 기타 놋그릇 공장이든지 방적공장에서 보던 것과 같은 규석 먼지는 즉시 염증을 일으키는 등 그 해독도 심한데 지금의 흙비는 직접 다대한 영향이 없는 즉, 염려할 것은 없다더라."
100년 전 매년 봄이면 찾아오는 황사는 옷 정도만 더럽히고 털어버리면 되는 한낱 주기적 현상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봄은 황사도 문제지만 미세먼지가 더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힘든 판국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현직 임직원, 고위공직자들이 부동산 투기를 저질러 세상이 떠들썩하다. 한 계절도 아니고 매일 매일 황사보다 더 뿌연 비리가 극성인 올 봄이다. 차라리 옷 한번 털어버리고 지날 수 있는 황사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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