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칼럼] "문재인 재정·복지정책 베네수엘라 길로"](http://contents.dt.co.kr/images/202105/2021050602102269660001[1].jpg "[최원목 칼럼] \"문재인 재정·복지정책 베네수엘라 길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다. 이젠 정말로 한국의 미래세대의 삶이 걱정된다고. 집값 폭등 문제를 접어두고서라도 말이다.
영국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국민 복지를 책임지는 복지국가의 길로 접어들며 세계경제의 지는 해가 되었다. 그래도 과거 식민주의로 인해 쌓아놓은 국부가 있고 해외영토 및 자원이 있기에 몰락의 연착륙이 가능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석유매장량을 자랑하지만 차량에 기름을 넣으려면 주유소를 찾아 헤매야할 정도다. 영국의 경우와는 달리, 즉시 현금화할 수 없는 자원만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석유가격 폭등으로 경제가 성장했을 뿐인데도 마치 선진국으로 영구히 진입한 것 마냥 우매한 정책을 펼쳤다.
잘나가는 석유회사들을 국영화해 집권층 세력이 이권을 탈취하다시피 했다. 샴페인을 일찍 터뜨린 정도가 아니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먹은 셈이다. 무리하게 복지를 확장하고 포퓰리즘적인 현금살포 정책을 펼쳤다. 유가 하락으로 경제침체가 장기화되자 복지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게 되고, 복지가 당연한 권리인줄 알았던 세대들이 폭동을 주기적으로 일으켰다.
국가지도자들은 돈을 다량 찍어 문제를 단기적으로 해결하는 정책에 매달렸고, 그럴수록 국민들은 자국 화폐의 가치를 불신하게 되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만성적으로 발생했다. 지금도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넣고 칫솔 하나를 주면 주유소 직원이 오히려 좋아한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영국과 베네수엘라 사이에서 어디쯤 가고 있나. 30조원 이상 뿌린 일자리 예산은 공무원 수만 증가시켰다. 복지예산은 4년 만에 199조원으로 54% 급증했다. 코로나 지원금 등 선거 때마다 뿌려대는 돈은 별도다. 반도체와 자동차로 벌어들이는 외환에는 한계가 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2조원으로 1982년 이후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일반 정부부채' 비율(GDP 대비 48%)이 OECD평균(80%)보다 크게 낮아서 괜찮다는 것이 문재인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단순논리다. 국가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부채 수준이 다른 것은 기본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정부부채 비율이 100~200%를 넘어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아르헨티나와 같은 남미국가들은 90% 수준에서 국가부도가 났다.
미국과 일본과 같은 기축통화국은 자국 통화로 채권을 발행하면 세계가 사주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버텨낼 여력이 크다. 기축통화국도 아닌 개방경제 국가는 환율과 수출이 크게 흔들리고 경상수지 적자로 직행하게 된다. 2019년 OECD 회원국들 중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들만을 따로 떼어내어 정부부채 비율을 계산하면 평균 54% 수준으로 기축통화국들 평균 98%의 절반 수준임을 주의해야 한다. 호주, 스위스, 스웨덴, 뉴질랜드 등이 GDP 대비 30~40% 대로 정부부채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더구나 현재 우리정부가 도출해낸 48%의 일반 정부부채 비율 수치에는 '공기업 부채'가 빠져있고, 정부가 매년 수조원씩 보조하는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도 제외되어 있다. 이런 모든 공공부채를 합산하게 되면 우리나라 정부부채 비율은 2019년 GDP 대비 108%에 달한다. 한국의 비금융 공기업 부채는 2017년 기준 GDP의 23.5%에 달한다. 노르웨이를 제외하고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고, 회원국 평균(12.8%)의 2배나 된다.
우리 국가채무는 2024년까지 매년 100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젠 샴페인을 빵빵 터뜨리고 있는 단계를 지나 황금알 거위의 목을 칼로 그어대고 있는 단계임을 알아야 한다. 한국이란 한때 잘나가던 경제가 영국병 수준을 넘어 베네수엘라의 망국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문재인 복지·재정정책을 하루속히 전면재검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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