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표 문화 브랜드'로 성장
디자인·회화·광고 등서 자주 사용
1911년 이미 14개국에 수출 '인기'
어린이 두뇌 발달·교육에 큰 도움
수셈 등 논리적 사고력도 향상시켜
다산·풍요 상징… 무한 확장성 지녀
러시아 국가 브랜드 가치 역할 톡톡
디자인·회화·광고 등서 자주 사용
1911년 이미 14개국에 수출 '인기'
어린이 두뇌 발달·교육에 큰 도움
수셈 등 논리적 사고력도 향상시켜
다산·풍요 상징… 무한 확장성 지녀
러시아 국가 브랜드 가치 역할 톡톡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러 방문객 `최애 기념품`… 글로벌 디자이너들엔 `영감의 원천`](http://contents.dt.co.kr/images/202105/2021051102101854645001[1].jpg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러 방문객 `최애 기념품`… 글로벌 디자이너들엔 `영감의 원천`")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러 방문객 `최애 기념품`… 글로벌 디자이너들엔 `영감의 원천`](http://contents.dt.co.kr/images/202105/2021051102101854645001[2].jpg "[북방문화와 脈을 잇다] 러 방문객 `최애 기념품`… 글로벌 디자이너들엔 `영감의 원천`")
③ 유라시아 역사문화 탐방 - 목각인형 '마트료시카'(7)
러시아를 방문하는 여행객이 가장 선호하는 기념품은 아마도 마트료시카일 것이다. 러시아의 전통공예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마트료시카의 역사는 120년밖에 되지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인형이 러시아 고유의 것이라기보다는 동아시아 문화와의 접촉과 영향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트료시카는 오늘날 러시아를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성장하여 디자인과 회화, 광고 등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마트료시카가 전통의 범주를 넘어 현대적 예술·문화 코드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을 살펴보는 것은 브랜드 가치로서의 마트료시카가 지닌 저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공동기획
한국외국어대학교 HK+ 국가전략사업단
디지털타임스
마트료시카는 머리에 스카프를 쓰고 민속의상을 입은 젊은 여인의 모습을 한 목각인형이다. 인형 안에 똑같은 형상의 작은 인형이 들어간 형태로, 보통 5개에서 30개까지 이르는 세트로 구성되어있다. 마트료시카는 그 의미를 모르는 어린이에게도 널리 사랑받는다. 전문가들은 마트료시카가 어린이의 두뇌 발달과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이들이 색깔, 크기, 부피와 같은 개념을 배우고, 하나씩 포개어 접는 과정을 통해 손과 눈의 협응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낱개를 모으고 숫자를 세는 법을 배움으로써 논리적 사고력까지도 키울 수 있다.
마트료시카는 1890년 모스크바 근교의 예술인 마을 아브람체보(Abramtsevo)에서 시작되었다. 이곳은 19세기 말 철도와 철강 산업으로 큰 부를 이룬 사바 마몬토프(Savva Mamontov)의 영지였다. 예술에 대한 식견이 높았던 마몬토프는 아브람체보를 개방하여 당대의 유명한 문인과 화가들이 자유롭게 예술과 창작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했다. 아브람체보는 미술과 공예의 중심지이자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모여 새로운 예술 형식을 탐구하는 실험장이었다. 바스네초프, 브루벨, 폴레노프, 수리코프, 세로프, 레비탄, 코로빈, 레핀 등 러시아를 대표하는 화가들이 아브람체보를 거쳐 갔거나 관련이 있었다.
아브람체보에서 마트료시카를 처음 만든 사람은 나무 선반공 바실리 즈뵤즈도츠킨이었다. 하지만 당시 그의 나이는 14살에 불과해 걸작을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1898년 즈뵤즈도츠킨은 모스크바 시내의 한 공방에 일자리를 구한다. 이 공방은 사바 마몬토프의 형수인 마리야 마몬토바가 '아동 교육'이란 이름으로 낸 장난감 상점의 부속시설이었다. 바로 이 공방에서 러시아 최초의 마트료시카가 탄생하였다. 전통의상 사라판을 입은 인형에게 마트료시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마트료시카는 '마트료나' 또는 '마트료샤'에서 유래한 애칭(愛稱)으로 혁명 이전까지 러시아 농촌에서는 아주 흔한 이름 중 하나였다. 마트료나는 라틴어 'mater'에서 기원한 이름으로 로마 시대에는 '결혼한 여인', 또는 존경하는 부인, 여주인, 어머니를 의미했다. 이 이름은 건강하고 풍채 좋은 모습을 지닌 대가족의 어머니를 연상시켰다. 여러 개의 인형을 품고 있는 마트료시카는 모성, 다산, 대가족,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즈뵤즈도츠킨이 깎아 만든 나무 인형에 그림을 그려 넣은 화가는 세르게이 말류틴이었다. 푸시킨의 동화 '술탄 황제 이야기'(1897판)와 '루슬란과 류드밀라'(1898판), '죽은 왕자와 일곱 명의 용사들'(1910판), '황금 수탉'(1913판)에 수록된 뛰어난 삽화가 바로 그의 작품이었다. 말류틴의 삽화와 그래픽은 프랑스의 아르누보에 비견되는 '러시아 모데른(모던)'의 특징을 잘 보여주었다. 즈뵤즈도츠킨과 말류틴이 함께 만든 마트료시카는 8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가장 큰 인형인 통통한 모습의 아가씨는 수탉을 손에 들고, 자매 중 한 명은 손에 카라바이(karavay) 빵을, 다른 한 명은 낫을 들고 있었다. 대가족 사이에는 빨간 루바시카(러시아 전통셔츠)를 입은 귀여운 남동생도 있었다. 이처럼 최초의 마트료시카는 소녀에서 소년, 그리고 강보에 싸인 아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의 목각 인형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마트료시카는 일본 인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전해진다. 일본 인형이 러시아의 마트료시카에 영향을 준 과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은 사바 마몬토프의 부인인 엘리자베타 마몬토바가 파리의 한 기념품 상점에서 사온 일본의 알 수 없는 인형 - 그것이 후쿠루마, 다루마, 혹은 코케시였다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 을 가져와 손님들에게 보여주었고, 즈뵤즈도츠킨에게도 제작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혹자는 엘리자베타가 직접 일본에서 사왔다고 주장하기도 하며, 다른 이들은 이 인형을 가져온 사람이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던 마리야 마몬토바 또는 그녀의 남편인 아나톨리 마몬토프였다고 전하기도 한다. 일본 측의 주장은 이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가나가와현 하코네에는 러시아정교의 피서관(避暑館)이 있었는데, 한 수도사가 이곳에서 하코네 시치후쿠 인형(칠복신 인형)을 마몬토프家에 줄 선물로 가져갔고, 이것을 본 러시아인에 의해 마트료시카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어떤 경로를 거쳤든 간에 당대 예술의 집약지였던 아브람체보에 일본 인형이 등장했고, 그로 인해 마트료시카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겹 인형의 원조를 찾아보자면 일본이 아닌 중국 송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송나라의 목수에 의해 처음으로 제작된 것으로 여겨지는 상자 안의 상자 컨셉이 바다 건너 일본으로 넘어가 칠복신(七福神) 인형이 되었고, 칠복신 인형은 또다시 러시아로 건너가 마트료시카를 탄생시키는데 일조했던 것이다. 비록 겹 인형 컨셉이 일본으로부터 건너온 것이긴 하지만, 행운과 관련된 7명의 신으로 이뤄진 세트 인형이 온전히 러시아의 것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은 러시아가 가진 예술적 저력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일본 내 일부 지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칠복신은 러시아로 건너가 한 국가의 문화를 대표하는 마스코트로 발전되었다. 러시아는 타의 것을 들여와 자신의 것으로 발전시키는 힘이 강한 나라였다. 일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자신들의 대머리 인형이 러시아의 민속의상을 입은 통통한 소녀 인형으로 재탄생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러시아인들은 칠복신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자국의 문화와 결합시켜 '러시아 스타일'로 완벽하게 구현해내었다. 러시아화(Russification) 과정을 거쳐 고유한 문화상징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러시아인은 마트료시카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마트료시카의 탄생에는 러시아의 달걀 공예도 작용했다.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시기였던 1885년부터 1917년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황실은 매년 '파베르제의 달걀'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었다. 오늘날 평균 250억 원, 비싼 것은 320억 원이 넘는 가격에 팔릴 정도로 유명한 러시아 황실의 보물인 '파베르제의 달걀'이 제작될 수 있었던 것은 정교의 전통 덕택이었다. 그만큼 러시아의 달걀 공예는 역사와 문화가 깊었다. 러시아에는 예로부터 부활절 달걀을 채색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러한 방법이 마트료시카 채색에도 적용되었다. 17세기에 등장한 러시아의 민속공예품 '호흘로마(khokhloma)'의 채색 방식도 마트료시카에 영향을 미쳤다. 호흘로마는 나무로 만든 그릇과 접시, 숟가락에 널리 사용되던 민속 공예로, 검은 바탕에 빨강, 녹색 및 금색 톤으로 나뭇잎, 열매, 꽃잎 등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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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모스크바에 있던 '아동 교육' 상점의 공방이 문을 닫자, 마트료시카의 생산지가 세르기예프 포사드의 공방으로 옮겨갔다. 전설에 따르면 1340년에 설립된 세르기예프 삼위일체 수도원의 원장이었던 세르게이 라도넵스키가 '삼위일체' 인형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차르의 자제들이 갖고 놀던 장난감 중에도 나무로 만든 '삼위일체' 인형이 있었다. 그 인형은 차르가 가족들을 데리고 세르기예프 삼위일체 수도원으로 순례를 왔을 때 세르기예프 포사드에서 사들인 것이었다. 마트료시카보다도 훨씬 이전에 이미 유사한 스타일의 인형 역사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마트료시카는 세르기에프 포사드로 옮겨 온 뒤 이곳 스타일의 예술작품으로 발전해 대규모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세르기예프 포사드의 이콘 화가들은 마트료시카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개발하였다. 그들은 주로 사람의 얼굴과 모습에 집중했다. 마트료시카는 일반적으로 3개, 5개, 또는 12개로 구성되었다. 마트료시카에는 전통적인 일상 주제들이 묘사되었고, 주로 여인들의 노동이 반영되었다. 머리에 두건을 쓴 농사꾼 소녀, 춤추는 농부, 잔뜩 멋을 부린 귀족 마님과 경기병이 그려졌다. 마트료시카는 산딸기 바구니, 수확을 위한 낫, 우유가 든 항아리, 꽃다발을 든 사라판을 입은 소녀 또는 머리에 숄을 두른 털외투 차림의 소녀들, 손에 촛불을 든 신부와 신랑, 피리를 든 목동, 덥수룩한 수염의 노인 등 다양한 삶을 그려 냈다. 때때로 마트료시카는 가족 전체를 묘사하기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트료시카는 조각품인 동시에 회화이며 러시아의 이미지이자 영혼이었다. 1911년에는 이미 전 세계 14개국에 수출할 정도로 마트료시카의 인기가 높아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트료시카 작화는 동화 및 우화의 내용, 정교의 성인 묘사 등 전통적인 것으로부터 정치적 풍자 형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화되었다. 1912년부터 마트료시카는 유명 인물의 얼굴이 새겨지는데 활용되기도 했다. 보로디노 전투 100주년을 기념하여 러시아의 쿠투조프 장군과 나폴레옹이 각각 자신의 참모들과 함께 세트로 구성되어 있는 마트료시카가 만들어졌다. 또한 문학가 고골(N. Gogol)을 기념하면서 그의 작품 '검찰관'과 '타라스 불바'의 등장인물이 제작되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 페레스트로이카 시기에는 소비에트 지도자들이 마트료시카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가장 큰 인형인 레닌을 열면 스탈린, 흐루쇼프, 브레즈네프, 고르바초프 등의 인물순으로 작은 인형들이 들어 있었다. 오늘날에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문학가, 음악가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주제와 모티브들로 구성된 마트료시카를 볼 수 있다. 마트료시카는 자고르스크(세르기예프 포사드), 트베리, 세묘노프, 고로제츠, 폴호프-마이단, 뱌트카 등 생산지마다 각기 다른 스타일로 차별화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색채 묘사와 얼굴 생김새, 표현의 중점, 니스 칠의 여부 등으로 지역적 특성을 엿볼 수 있다.
마트료시카는 점차 디자인이 다양해지고 인형의 개수도 많아졌다. 1913년 48개짜리가 만들어진 것을 비롯하여 1967년에는 혁명 50주년을 기념하는 50개짜리 마트료시카가 등장했다. 러시아에서 가장 큰 마트료시카는 니즈니노브고로드주(州)의 세묘노프에서 만들어졌다. 1970년 일본에서 열린 '엑스포 70' 참가를 위해 만들어진 1미터 높이의 마트료시카에는 72개의 작은 마트료시카가 들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것은 중국 만주에 있는 30미터 높이의 마트료시카이다. 우정의 상징으로 중국, 몽골, 러시아 세 소녀의 이미지로 그려진 것이 특징이다.
현재 마트료시카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는 오늘날 세계 디자인 산업에서 '러시아 테마'로 많은 디자이너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현상을 반영한다. 2018년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와 훌라(Furla), 코치(Coach)에서 마트료시카가 그려진 가방을 한정판으로 출시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선 2009년 겐조(Kenzo)의 향수 컬렉션에는 마트료시카가 향수용 케이스로 등장했으며, 2009-2010 FW컬렉션에서는 샤넬의 수석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가 마트료시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클러치를 제작한 바 있다. 이 컬렉션에서는 러시아의 상징인 쌍두독수리와 별을 모티브로 한 문양에 샤넬 로고가 새겨진 다이아몬드 브로치, 양식화한 마트료시카 등이 미니백과 팔찌, 펜던트로 선보이며 많은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칼 라거펠트는 샤넬의 설립자 코코 샤넬(Coco Chanel)의 러시아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그와 같은 지대한 관심으로 해석해내었다. 마트료시카는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와 작가들에게 상상력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폭스바겐의 주력 차종 중 하나인 '골프(GOLF)' 모델의 광고는 자동차 안에 5인 가족과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있는 공간 묘사로 눈길을 끌었는데 이는 마트료시카의 겹 인형 컨셉을 모티브로 한 것이었다. 또한 차(茶)나 초콜릿의 포장용기, 다양한 액세서리, 텀블러, 찻주전자 덮개 등 다양한 생활용품의 디자인에도 마트료시카의 컨셉이 적용되고 있다.
오랜 세월 이어 내려온 공예 예술과 회화, 조각술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마트료시카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그 이름의 의미대로 여전한 생산력과 확장성을 자랑하고 있다. 어린이의 장난감으로만 머문 것이 아닌 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으로 이어져 2차, 3차의 예술작품으로 확대될 뿐만 아니라 러시아 국가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오늘날 러시아는 마트료시카가 가진 인상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상징과 이미지로서 마트료시카의 생명력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그것이 가진 무한한 확장성과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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