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글
세금 다내고 청약기회도 잃어
전문가 "자산기준 도입 필요"
세금 다내고 청약기회도 잃어
전문가 "자산기준 도입 필요"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청원인 A씨는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대기업 흙수저가 가장 불쌍하다는 말이 있다"며 "중소기업 특공은 당연히 안되고 생애 최초 또는 신혼부부 특공은 대기업 맞벌이면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초년생의 경우 대기업이라고 해봤자 중소기업보다 한 달에 세금 제외하면 100만∼150만원 정도 더 받는데, 이거 더 받는다고 서울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하겠냐"며 "가점제는 가능성이 전혀 없고 그렇다고 추첨제에 넣자니 추첨 가능한 집은 제 소득으로는 턱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흙수저는 대체 집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냐"며 "마음 같아서는 차라리 연봉을 줄이고 청약이라도 넣고 싶다"며 "연봉 조금 더 받는다고 특공 기회마저 날려버리는 게 참 바보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열심히 일해서 세금은 더 많이 내는데 청약 기회조차 박탈당해버리니 너무 힘들다"며 "대기업 흙수저도 내 집 마련할 기회를 달라. 생애 최초 특공에서 소득 기준을 없애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12월까지 수도권 3기 신도시와 주요 택지에서 공공분양 아파트 3만200호가 공급된다. 3만2000호 중 60% 이상이 신혼부부와 청년에 배정되지만 소득 기준이 까다로워 웬만한 직장인들도 요건을 맞추기 어렵다. 생애 최초 특공 소득 기준은 3인 가구 기준 월 783만원 이하여야 가능하며 신혼희망타운도 맞벌이 기준 월 844만원 이하여야 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생애 최초 특공 혜택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소득 기준 외에 자산 기준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공분양 주택은 주거 취약 계층에 우선 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 틀을 흔들긴 쉽지 않다"라면서도 "자산 기준을 일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그동안 특공이 취약계층, 사회초년생, 다자녀 등 더 주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우선 배분되다 보니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득기준 외 자산 기준을 도입해서 분양 시장 접근 및 청약 당첨의 공정성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단순히 소득 기준을 개선할 게 아니라 실수요자들이 주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낮춰줘야 한다"면서도 "LTV를 풀 경우 무분별한 대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통해 대출의 총량을 관리하는 안전장치를 두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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