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를 통한 주택 소유를 부추기는 주택금융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택소유 증가와 자산분배 개선 효과는 있지만, 주거비와 부채 증가로 소득계층 간 격차를 확대하고 삶의 질을 악화할 수 있다는 제언이다.
유경원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5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기고한 '주택금융정책의 딜레마' 논단에서 이처럼 밝혔다.
유 교수는 "코로나19 과정에서 풀린 유동성과 낮은 금리로 전 세계적으로 주택가격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가격 급등 우려에 따라 관련 대책이 제시됐지만 상승 기대는 요지부동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유 교수는 주택소유에 중점을 둔 주택금융정책이 이러한 사태의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 업무가 기업금융에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에 초점을 둔 소매금융으로 바뀌면서 주택금융정책이 주거정책의 핵심으로 자리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재정 투입 없이 '내 집 마련'을 정책 목표로 제시하면서 고소득자 위주의 담보대출이 늘었고 주택소유가 증대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낮게 유지된 이자율과 유동성 확대로 30~40대 젊은 계층의 부채를 활용한 주택마련이 늘면서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주택 자가소유 확대와 가격상승에 자산분배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 결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빚을 이용한 자가 주택 매입은 순자산 분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주택소유 확대 목표가 부채를 통해 달성되고는 있지만, 가격 급등을 초래해 무주택자의 비용 지출을 늘리는 부작용을 발생시킨다는 게 유 교수의 진단이다. 소유 확대라는 목표만 달성할 뿐 주택과 주거서비스 제공이라는 정책 달성이 어렵게 되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의 주택금융정책은 실질 효용이 증대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유발한다고 봤다. 자본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보유 주택을 이용해 추가 담보대출을 실현하거나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데, 다른 주택가격 역시 상승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주거서비스 개선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젊은층은 전·월세 이용이 불가피해 자산축적 기회를 잃게 돼 장기적으로 부의 격차가 확대된다고 우려했다.
윤 교수는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급등 등 서민경제의 부담요인을 감안할 때 시급한 것은 주택시장 안정"이라고 제언했다. 주택금융을 통한 소유 확대는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부채 접근성을 높이는 건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유동성 위축 가능성이 취약 가구의 부담을 높인다고 봤다. 공급을 통한 안정화가 가격 급등과 부채 증대의 악순환 해소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모든 국민의 '자가주택 보유' 전략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부채에 기반한 주택금융정책 추진에는 한계가 있다"며 "국민들의 실질적인 주거서비스 안정을 위한 정책으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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