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규모·기간 연장 합의 못해
북해산 브렌트유 77.11달러 거래
고유가 시대 전환 현실화 우려
산유국들이 감산 규모와 기간 연장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국제유가가 3년래 최고치인 75달러선을 돌파했다. 주요 산유국 간 '엇박자'가 지속되면 유가가 80달러를 넘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고유가 시대는 현실화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6% 올라 76.3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일 75.23달러에 거래되며 약 3년만에 75달러선을 돌파한 WTI는 이날 추가 상승하며 지난 2018년 10월 3일 배럴당 76.40달러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1.27% 오른 배럴당 77.1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감산기간 연장을 논의해온 OPEC(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 장관급 정례회의가 이날 파행하면서 추가 급등했다.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비OPEC 대표국가인 러시아를 비롯해 대부분의 산유국들이 감산 기간을 8개월 연장해 내년 연말까지 감산을 진행하는 것에 동의했으나, 원유생산량 3위 생산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반기를 들며 두 차례에 걸친 회의 기간 연장에도 불구하고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UAE는 감산 기간 연장에는 동의했으나,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기준생산량의 상향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의 기준생산량을 상향 조정할 경우 사우디의 감산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에 사우디 역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코로나19 위기가 심화되면서 산유국들이 일평균 1000만 배럴의 감산에 극적으로 합의했으나, 글로벌 팬데믹 상황이 끝나가는 모습을 보이며 국가 간 대응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사우디는 감산 기간의 연장과 함께 8월부터 매달 하루 40만 배럴씩 감산 규모를 감축해 12월에는 200만 배럴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UAE와의 합의가 불발되면서 당장 다음달 감산 규모도 불확실해졌다.
주요 산유국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유국들의 감산 정책 유지에 더해 여름철 원유 수요 폭증까지 더해 수급 불균형이 심해지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 그 이상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리서치 컨설팅업체 에너지아스펙트의 암리타 센 공동 설립자는 "석유 정책뿐 아니라 사우디와 UAE 사이 외교, 안보 정책에 대한 의견차이가 벌어지면서 OPEC 논의가 복잡해지고 있다"며 "8월 추가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물시장이 더욱 타이트해져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이상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