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 방뇨하는 여성의 중요한 부분 등을 몰래 촬영했다고 해도 범죄가 아니라는 판결이 스페인에서 나왔다.
스페인은 물론 유럽 여성 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1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파블로 무뇨스 바스케스 판사는 노상 방뇨하는 여성과 여아 80명 이상을 몰래 촬영해 성인사이트에 유포한 사건을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몰카는 지난 2019년 북서부 세르보 마을에서 열린 지역축제 당시 촬영됐다.
당시 여성들은 축제에 몰린 사람 탓에 화장실이 부족해 골목에서 소변을 봤는데 이 모습을 신원미상의 가해자가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영상 상당수가 피해자들의 얼굴과 성기 등을 근접해 촬영한 것이다. 일부 영상은 성인사이트에 게재돼 돈을 받는 등 상업적으로 이용됐다.
인디펜던트지는 피해자 규모를 최소 100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된 피해자들은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형사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처음에 사건을 맡은 바스케스 판사가 사건을 기각했고, 이번 법원까지 피해자들의 동의가 없더라도 공공장소 내 촬영은 형법상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민사로 접근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사적공간이 아닌 공공장소에서 이뤄진 촬영으로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피해자들은 "영상을 보고 눈물이 났다"며 "정말 당황스러웠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며 분노했다. 즉각 반대 시위가 이어졌고 온라인 캠페인도 확산했다. 이레네 몬테로 양성평등부 장관도 목소리에 힘을 보태면서 사건은 정치권까지 퍼진 형국이다.
여성단체들은 이번 판결이 잘못된 전례로 남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는 이들한테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럽에서 스페인 법원은 성인지 수준이 낮은 것으로 유명하다. 앞서 2018년 법원이 가해 남성 5명이 10대 여성을 성폭행한 일명 '늑대무리 사건'을 강간이 아닌 성적 학대로 판결하면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일었다.
이후 대법원에서 1·2심을 뒤집고 강간죄를 적용해 가해자들에 대한 형량을 기존 9년에서 15년으로 늘렸다.
결국 정치권에서 논의가 시작돼 지난 7월 피해자의 의사가 강간 처벌 기준이 되는 일명 '예스 민스 예스(only yes means yes)' 규정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의회 심의에 들어갔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스페인은 물론 유럽 여성 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1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파블로 무뇨스 바스케스 판사는 노상 방뇨하는 여성과 여아 80명 이상을 몰래 촬영해 성인사이트에 유포한 사건을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몰카는 지난 2019년 북서부 세르보 마을에서 열린 지역축제 당시 촬영됐다.
당시 여성들은 축제에 몰린 사람 탓에 화장실이 부족해 골목에서 소변을 봤는데 이 모습을 신원미상의 가해자가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영상 상당수가 피해자들의 얼굴과 성기 등을 근접해 촬영한 것이다. 일부 영상은 성인사이트에 게재돼 돈을 받는 등 상업적으로 이용됐다.
인디펜던트지는 피해자 규모를 최소 100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된 피해자들은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형사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처음에 사건을 맡은 바스케스 판사가 사건을 기각했고, 이번 법원까지 피해자들의 동의가 없더라도 공공장소 내 촬영은 형법상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민사로 접근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사적공간이 아닌 공공장소에서 이뤄진 촬영으로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피해자들은 "영상을 보고 눈물이 났다"며 "정말 당황스러웠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며 분노했다. 즉각 반대 시위가 이어졌고 온라인 캠페인도 확산했다. 이레네 몬테로 양성평등부 장관도 목소리에 힘을 보태면서 사건은 정치권까지 퍼진 형국이다.
여성단체들은 이번 판결이 잘못된 전례로 남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는 이들한테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럽에서 스페인 법원은 성인지 수준이 낮은 것으로 유명하다. 앞서 2018년 법원이 가해 남성 5명이 10대 여성을 성폭행한 일명 '늑대무리 사건'을 강간이 아닌 성적 학대로 판결하면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일었다.
이후 대법원에서 1·2심을 뒤집고 강간죄를 적용해 가해자들에 대한 형량을 기존 9년에서 15년으로 늘렸다.
결국 정치권에서 논의가 시작돼 지난 7월 피해자의 의사가 강간 처벌 기준이 되는 일명 '예스 민스 예스(only yes means yes)' 규정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의회 심의에 들어갔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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