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금통위 회의록서 언급
"자가주거비 반영시 물가상승률 높아져"
지표·체감 물가 차이 커 vs 방식 따라 추정치 달라져
"자가주거비 반영시 물가상승률 높아져"
지표·체감 물가 차이 커 vs 방식 따라 추정치 달라져
1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다수 위원은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자가주거비를 고려하면 통계를 크게 웃돌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 금통위원은 "금년 8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3%로 우리나라의 2.6%를 큰 폭 상회함에 따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우리나라보다 심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미국과 같이 자가주거비 항목을 포함하고 우리나라 특유의 관리물가 항목을 제외한 후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출해 보면, 우리나라의 물가 오름세는 지금보다 상당폭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미국과 우리나라 물가상승률 간 격차가 있는데 양국의 재정지출 규모와 통화완화 정도가 상이하고 감염병 충격 차이로 노동공급 속도가 다르다는 점에 비추어 자연스러운 결과"라면서도 "자가주거비 항목의 경우에는 우리도 미국과 같이 소비자물가지수에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위원은 "우리나라 서비스물가의 구조조적 하향 편의로 작용하고 있는 자가주거비와 관리물가의 동향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생계비 상승률은 이보다 상당폭 높을 것으로 추정되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2%대 중반으로 상승한 상황이어서 향후 물가흐름 상방리스크에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가주거비는 자기 소유의 집에 소요되는 비용을 뜻한다. 이를테면 자기가 직접 살지 않고 집을 임대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임대료 수익, 주택 구입을 위한 차입에 따른 이자 비용, 감가상각비, 세금 등이 해당한다.
국내의 소비자물가지수 항목에는 빠져있지만, 미국·일본·스위스·영국(소비자물가지수·CPIH) 등은 자가주택 임대 시 획득 가능한 임대료 수익을 자가주거비로 추정하는 방식으로, 스웨덴·캐나다·영국(소매물가지수·RPI)는 소유에 수반되는 비용을 측정해 자가주거비를 물가 지표에 반영하고 있다.
한은도 지난 9월 'BOK 이슈노트 : 자가주거비와 소비자물가'를 통해 "자가주거비가 포함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주지표)에는 주요국과 비교해 주거비 부담이 작게 반영돼있다"고 평했다. 이어 "소비자물가가 주거비 부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지표물가와 체감물가 간 차이로 정책당국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자가주거비의 소비자물가지수 반영 여부는 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2020년 기준 소비자물가 내 주거비(자가주거비+주택임차료) 비중을 보면, 미국(32%)·영국(26%)·네덜란드(24%) 등은 20% 이상이지만, 한국의 경우 9%(주택임차료)에 불과하다.
반면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 지수에 반영하는데 제약도 있다. 자가주거비가 직접적으로 관측되기 않는 데다가 국제적 기준도 없어 방식에 따라 자가주거비 추정치가 달라질 수 있다. 주택가격 변화에 따라 소비자물가 변동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