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 '스마트' 첫 수출 추진 성과
SMR, 중대사고 원천차단 안전성 강점
기기모듈화 건설·유지비용 절감효과도
원자력기술 자립국 최고 경쟁력 보유
원전패키지 제공 시장선점 힘 모아야
SMR, 중대사고 원천차단 안전성 강점
기기모듈화 건설·유지비용 절감효과도
원자력기술 자립국 최고 경쟁력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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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D사이언스] 1997년 `스마트` 개발 주역… 미래 원전 게임 체인저 `SMR` 올인](http://contents.dt.co.kr/images/202112/2021122102100631731001[1].jpg "[이준기의 D사이언스] 1997년 `스마트` 개발 주역… 미래 원전 게임 체인저 `SMR` 올인")
이준기의 D사이언스
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원 SMART개발단장장
최근 글로벌 원자력계의 '핫 이슈'를 꼽는다면 단연 'SMR(소형모듈원자로)'일 것이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저탄소 발전원으로 원자력이 재조명을 받으면서 안전성과 경제성, 유연성 등을 고루 갖춘 SMR이 미래 원자력계의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
SMR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전기출력 300㎿e 이하의 원자로를 뜻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원자력 선진국보다 한 발 앞서 소형 원전개발에 뛰어들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97년 SMR 모태격인 소형 일체형 원자로인 '스마트(SMART)'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SMART는 미래원자력 시스템의 하나로, 인구 10만 이하 소규모 도시의 전력생산과 해수담수화 등을 목표로 개발이 시작됐다. 2012년에는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는 등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는 결실을 맺었다.
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원 SMART개발단장은 2000년 SMART 시스템 설계를 담당하며 줄곧 소형 원자로를 포함한 미래 원자력시스템 개발 분야에 몸담아 왔다.
이 단장은 "소형원자로인 SMART는 우리나라가 원자력의 미래를 내다보고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지금 돌이켜 보면, 선배 연구자들의 혜안과 통찰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다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여파와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 속에서 국내 건설과 해외 수출에 있어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는 "SMR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세계 원전시장이 안전성과 유연성, 투자 용이성, 확장성 등을 원하는 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원자력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에너지원으로 부각되면서 원자력 선진국들이 주목하고 치열한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보다 과감한 기술 개발과 신속한 시장 진입, 적극적인 해외 협력 등을 통해 미래 SMR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설계와 제조, 시공 등의 역량을 토대로 SMR을 적기에 개발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지금부터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이준기기자 ICT과학부 차장
◇SMR 개발에 한 발 앞서 시작한 'K-원자력'=1990년대 중반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한국표준형 원전인 'OPR1000' 개발과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원자로 설계 기술을 산업체에 이관했다. 이후 원자력연은 원자로 설계 자립화를 바탕으로 전력생산 뿐 아니라, 해수담수 등 다양한 원자력에너지 활용이 가능한 미래원자력 시스템 개발을 위해 '소형 원자로' 개발에 착수했다. 최근 세계 원자력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소형 일체형 원자로인 'SMART' 개발을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1997년부터 시작한 것이다.
이 단장은 "당시 SMART 개발은 다른 국가보다 한발 앞서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미래에 대한 소형 원전 수요를 예측하고, 도전적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SMART였다"고 설명했다.
SMART는 국내 독자 원전기술을 활용해 원자력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수출 전략형 원자로'로 개발된 것이다.
SMART 개발 과정에서 소형 원전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비판이 불거져 2006년, 2008년 두 차례 과제가 중단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구자들은 묵묵히 연구개발에 매진해 2012년 일체형 원자로 중 세계에서 처음으로 표준설계인가를 얻어 상용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어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해 현지에 SMART를 건설하기 위한 '건설 전 설계(PPE·Pre-Project Engineering)' 사업의 물꼬를 텄다.
◇SMART, 사우디 첫 수출 노려…5∼6년 내 건설 목표=이 단장은 SMART의 사우디 수출에 커다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원자력연은 2015년 사우디 왕립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과 '건설 전 설계' 협약을 체결하고, 그 해 12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양국이 총 1억3000만 달러(사우디 1억 달러, 한국 3000만 달러)를 투자해 건설 전 설계를 무사히 마쳤다.
사우디 현지 부지 조건을 반영한 SMART 기본설계와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 등 인허가 관련 문서에 대한 수정·보완 작업을 사우디와 공동 진행했으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표준설계인가를 위한 안전성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현재 심사 중인 SMART는 2012년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한 것과 비교해 피동안전계통 등을 도입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한층 높였다"며 "표준설계인가 획득과 건설 인허가를 받게 되면 한국은 사우디에 SMART를 건설할 수 있게 되는 데, 앞으로 5∼6년 내 짓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사우디와의 협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9년 원자력연 내 '한-사우디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11명의 사우디 연구원이 한국에 파견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5명이 추가로 합류하는 등 인적 교류까지 협력의 폭을 넓히고 있다.
양국은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사우디에 'SMART 첫 호기(FOAK)' 건설을 포함한 후속 협력사업 추진을 협의하고 있다.
다만, 한국과 사우디 간 협력의 틈새를 비집고, 소형 원전분야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미국 뉴스케일사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케일은 지난해 소형원전 인허가를 받아 사우디에 소형 원전을 수출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로선 사우디 소형원전 건설은 한국과 미국의 경쟁 구도를 띄고 있다.
이 단장은 "코로나19와 저유가 등 사우디를 둘러싼 국내외 상황 변화로 SMART 건설 추진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사우디 정부가 한국과의 SMART 협력을 최대한 발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끈기를 갖고 노력한다면 국산 소형원전을 해외에 처음으로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준기의 D사이언스] 1997년 `스마트` 개발 주역… 미래 원전 게임 체인저 `SMR` 올인](http://contents.dt.co.kr/images/202112/2021122102100631731001[2].jpg "[이준기의 D사이언스] 1997년 `스마트` 개발 주역… 미래 원전 게임 체인저 `SMR` 올인")
◇SMR이 대세인 시대…원자력 시장 수요에 최적화=원자력 발전사업이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안전성을 한층 강화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요구가 늘고 있다. 이를 위해선 기존 기술과는 차별화된 혁신적 기술을 원자력에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다른 에너지원보다 발전 단가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건설 및 제조 비용을 낮춰 경제성을 확보해야 에너지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
이 단장은 "미래 에너지원은 다양한 수요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탄력성과 유연성을 확보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SMR은 변화하는 에너지 시장에서 요구하는 새로운 조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최적의 미래 원자력 기술"이라고 피력했다.
SMR은 안전성 측면에서 사고 시 원자로 냉각을 위해 전원과 운전원의 개입 필요 없이 사고를 수습할 수 있는 '완전피동안전계통'을 도입하고 있다. 냉각능력 상실에 따른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중대사고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고, 사고 시 원전 주변 주민들의 대피 필요성도 최소화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대형원전 대비 초기 투자비용이 작고, 건설 공기가 짧으며, 계통·기기의 모듈화·단순화를 통해 건설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유연성과 확장성 측면에서는 출력 조절을 통해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으며, 수소생산과 해수담수화, 지역난방, 산업공정열 공급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내륙, 해안, 해상, 고립지역 등 다양한 곳에 지을 수 있고,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할 경우 기존 송배전망 등 기존 전력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이 가능하다.※ 이런 많은 장점 때문에 원자력 시장의 비즈니스 변화 속에서 SMR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혁신형 SMR로 '원자력 강국' 승부수 띄운다=우리나라는 2028년 인허가 심사를 목표로 '혁신형 SMR(i-SMR)'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이 500억원을 투입해 개념설계를 진행하고 있으며, 정부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힘을 보태고 있다.
이 단장은 "i-SMR 사업은 2023년까지 기본설계, 2025년까지 표준설계를 각각 마치고, 2028년 표준설계인가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원자력연은 i-SMR 개발 과정에서 원자로 계통 개념설계와 요소기술 개발, 검증 등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i-SMR 개발과 함께 다양한 혁신기술 도입에 따라 기존과 다른 새로운 인허가 관련 기술기준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최근 i-SMR 관련 인허가 규제기준 개발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 단장은 "우리의 i-SMR이 2030년 세계 SMR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과감한 기술도전을 통해 혁신적 기술을 적극 도입해 상품성을 높이는 '명품 SMR'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70여종 이상의 다양한 SMR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뉴스케일은 지난해 표준설계인가를 얻어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와 루마니아에 건설을 계획하는 등 가장 앞서가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역시 SMR 개발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적극 나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경수로 SMR인 'ACP100' 건설사업을 시작해 2026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양한 SMR 기술을 확보한 러시아도 해상원전에 적용해 상업운전에 들어가는 등 SMR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경쟁은 점점 격화되고 있다.
◇해외 수출과 수용성 확대로 SMR 경쟁력 높인다=우리나라의 SMR 시장 전략은 해외협력에 기반한 실증·수출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신규 원전을 국내에 지을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해 꺼내든 고육지책인 셈이다.
그는 "SMR 시장 진입이 늦어지면 아무리 좋은 SMR을 우리가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SMR 잠재 도입과의 적극적인 해외 협력을 이끌어 우리의 SMR 첫 호기를 현지에서 실증한 후 수출로 이어지도록 세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SMR 도입을 원하지만 인프라와 자금 여력이 부족한 국가에 대해서는 한국표준형 원전인 APR1400, SMART, 연구용 원자로 등의 우리의 원자력 기술을 이전하는 조건으로 협력을 이끌어 내고, 정부 보증과 금융지원 등의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SMR 도입국에 첫 호기 건설과 인허가를 공동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 볼 사항이라는 게 이 단장의 설명이다.
이 단장은 SMR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전과 사용후핵연료 등 원자력에 대한 일부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기 위한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통해 원자력 수용성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원자력 기술 자립국으로, 원전 설계와 제조, 시공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원전 설계부터 핵연료 및 기기 공급, 건설, 운영, 유지보수에 이르는 원전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미래 SMR 시장 선점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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