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고용지표 악화 일로에도
공공기관 40곳 '체험형 인턴' 모집
인턴해도 실제 채용은 연결 안돼
체험형 인턴 인건비 총액 1585억
공공기관 40곳 '체험형 인턴' 모집
인턴해도 실제 채용은 연결 안돼
체험형 인턴 인건비 총액 1585억
7일 공공기관 채용정보시스템 잡 알리오에 따르면 청년층을 대상으로 '체험형 인턴'을 모집하고 있는 공공기관이 4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험 인턴을 모집 중인 주요 공공기관은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중부발전,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이다. 산업연구원, 국토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 등 국가연구기관도 채용 중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 과정을 수료한 청년 구직자가 정규직 채용에 지원하면 청년 일경험 사업 가이드라인·인턴 성과평가에 따라 가점이나 채용 단계 면제 등의 우대조치를 차등 부여하기로 했지만, 채용으로 연계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40곳에 달하는 공기업·공공기관들이 체험형인턴을 대거 모집하는 동안 취업준비생이 대학을 졸업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신규채용 공공기관은 현저히 줄었다. 이달 기준 정규직 신입을 뽑는 공공기관은 한국서부발전,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한국산업인력공단 뿐이다. 또 실제 고용으로 이어지는 '채용형 인턴' 일자리를 모집하는 공공기관도 전혀 없었다.
체험형 인턴은 기획재정부가 2008년 청년들을 대상으로 직무 역량 이해도를 높이고자 도입한 제도다. 재계약 또는 정규직 의무 전환 없이 1~5개월 간 고용하는 단기일자리다.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의 체험형 인턴을 2만2000만명 이상 채용키로 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괜찮은 일자리' 창출에 공공기관들이 선도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작 청년들은 취업과 연계되지 않는 '체험형 인턴'을 선호하지 않고 있다. 수도권 모 대학 교수는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비정규직이라도 연속성이 있는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도 체험형 인턴이 취업에 아무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지원을 잘 안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체험형 인턴들에게) 업무를 이해시키기 위해 중요한 현장에 투입하긴 무리가 있다"면서 "코딩 등 단순 작업을 주로 배정한다"고 말했다.
체험형 인턴 일자리가 고용 통계 분식에 불과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매년 제기되고 있지만, 올해도 정부는 청년 단기 일자리를 역대 최대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 수는 지난 2017년 1만953명 수준이었지만 2019년과 지난해는 각각 1만6842명 2만221명까지 늘어났다.
올해는 체험형 인턴을 이보다 더 많은 2만2000명 이상으로 계획해 정부 예산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기준 공공기관이 체험형 인턴으로 지출한 인건비 총액은 666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계속해서 단기 인턴 채용을 늘리면서 지난해 1585억원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체험형 인턴이 청년들에게 도움이 안될 뿐더러 오히려 민간 일자리 활성화에 저해된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 단기일자리가 확대되면서 민간일자리가 저해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이 정규직화 되는 과정도 공정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똑같이 시험을 보고 똑같이 평가를 해야하는데, 단지 기관에서 일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