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가 '명품 콜라보'를 앞세워 'NO JAPAN'을 외치던 소비자들을 다시 불러모으고 있다. 그간 유니클로가 내세웠던 '초 가성비' 대신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지위를 바탕으로 명품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진행해 반등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 국내 법인은 지난 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7.5% 줄어든 5824억원을 기록, 5850억원을 기록한 신성통상 탑텐에 국내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1위 자리를 내줬다. 신성통상이 올해 탑텐의 목표 매출을 7000억원대로 잡은 만큼 이 격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한 때 1조원대 매출을 넘봤던 유니클로의 매출이 5000억원대로 주저앉은 것은 2018년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NO JAPAN' 운동 때문이다. 당시 유니클로의 모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의 CFO가 "불매운동이 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유니클로는 NO JAPAN 운동의 집중 타깃이 됐다. 매출이 급감하며 190개가 넘었던 국내 유니클로 매장은 130여개까지 감소했다.
일부 SNS에서는 유니클로에서 쇼핑을 하는 고객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유니클로의 전성기에도 보기 드물었던 '오픈런'까지 나타났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유니클로 제품이 거래되고 있다. 유니클로가 최근 들어 잇따라 진행하고 있는 '명품 콜라보' 정책 덕분이다.
지난 4일에도 비슷한 풍경이 재현됐다. 유니클로는 지난 4일 '유니클로 U' 봄·여름 시즌 상품의 판매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유니클로 신사점과 타임스퀘어 영등포점 등 주요 매장 앞에는 오픈 시간 전부터 수십명의 대기줄이 생겨났다. 모두 '유메르(유니클로+르메르)'를 구매하기 위한 줄이다.
유니클로 U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크리스토퍼 르메르가 유니클로 파리 연구개발(R&D)센터와 손잡고 선보이는 시즌 컬렉션이다. 유니클로의 가격에 르메르의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어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지난해 10월에는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화이트 마운티니어링과도 콜라보 제품을 선보였다. 이 때도 어김없이 '오픈런' 고객이 장사진을 쳤다. 가격은 유니클로 제품치고는 비싼 10만~20만원대였지만 '없어서 못 구하는' 제품이 됐다.
유니클로는 이밖에도 질샌더, 띠어리, JW 앤더슨 등과도 연이어 협업을 진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가 NO JAPAN 운동 등의 영향으로 박리다매형 판매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들로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명품 브랜드 제품을 얻는 격이기 때문에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지난해 10월 유니클로 강남점에서 유니클로-화이트마운티니어링 콜라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오픈 전 대기 중인 소비자들. <김아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