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주관 첫 TV토론서 尹 "국가채무 많아지면 어떤 일 생기나" 묻자
李 "선진국 대비 비율 절반, 우리 곧 기축통화국 될 가능성 높다는 보도 나와"
安에도 같은 말…李측 출처 지목한 전경련 자료는 '기축통화 인정 정부노력 촉구' 취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1일 첫 법정(法定) TV토론에서 국채 추가 발행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국가부채 비율의 적정선 논란에 부딪히자 "우리도 기축통화국 편입 가능성이 높다"는 언급을 반복했다. 그러자 야당에서 "우리나라가 곧 기축통화국이 된다고?", "국가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기축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 등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행 기축통화는 가장 지배적인 달러화를 비롯해, 넓게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을 함께 구성하는 유로화·엔화·파운드화·위안화까지 5종뿐인데 한국의 원화가 곧 편입된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발언 출처에 관해 민주당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보도자료라고 해명했는데, 전경련은 원화의 기축통화 편입을 예측했다기보다는 '자격이 충분하므로 정부가 기축통화 인정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공식선거운동 기간 첫 대통령선거 후보 토론회가 열린 21일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공동취재·연합뉴스>
앞서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 주관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국채 발행 규모와 적정 국가부채 비율에 관해 논쟁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최근 국채 발행과 관련 '한 나라 안에서 오른쪽 주머니에 있는 돈이 왼쪽 주머니로 가는 것'이라고 비유한 데 대해 "(부담 총량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면) 국채를 얼마든 발행해도 된다는 뜻인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는 "우리나라가 가계부채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며 "반면 국가부채 비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고 전제한 뒤 "국민이 부담할 부분을 국가가 대신 부담하지 않았고 국가 부담을 개인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라고 지론을 폈다.
즉답이 나오지 않자 윤 후보는 "'국채 발행은 얼마든 해도 된다'는 것 같다"고 꼬집었고, 이 후보는 "얼마든지 (발행)하면 당연히 안 된다. 제가 언제 그렇게 말했냐"는 언급을 반복하며 언성을 높였다.
윤 후보는 또 이 후보에게 "'국채(국가채무 지칭)는 장부상의 수치에 불과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신다면 국채(국가채무)가 많아질 때 어떤 일들이 생기는지 생각해보셨나"라고 물었고, 이 후보는 "다른 나라 선진국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국채(국가채무)비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가 곧 기축통화국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우리 경제력 수준은 높다"고 맞받았다.
이에 윤 후보는 "기축통화 국가가 아닌 비(非)기축통화 국가는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국가채무 비율이) 다 낮다"고 일축했다. 또 미국·일본과 달리 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국채 발행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윤 후보의 지적에 이 후보는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대략 85%까지는 높여도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GDP 대비 국채(국가채무) 비율이 50~60%를 넘어가면 비기축통화국가인 경우에는 어렵다"면서 "스웨덴 같은 경우도 40%를 넘어가면서 이자율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공동취재·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이 후보에게 한국은 현재 비기축통화국으로서 확대재정 운용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안 후보는 먼저 이 후보에게 "'우리나라의 부채비율이 (GDP 대비) 100% 넘어도 된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이 후보는 "그렇게 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취지"라고 답했다. 이어 안 후보가 "기축통화국과 비 기축통화국 차이를 아는가"라고 묻자 이 후보는 "당연히 안다"며 "우리도 기축통화국 편입 가능성이 높다고 할 정도로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답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대한민국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국채를 발행해도 외국에서 수요가 많지 않다보니 문제가 발생한다"며 "사는 사람이 없으면 금리가 올라가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전제했다. 그는 "낙관적으로 보면 우리도 발전하면 기축통화국이 될 수 있지만, 지금 현재 기축통화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게 문제"라며 "재정운영은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이 후보는 '우리가 곧 기축통화국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보도'의 구체적인 출처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토론 이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은 "전경련이 지난 13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전경련은 원화의 IMF SDR 바스켓 편입 시 기대효과를 다룬 자료에서, "IMF가 제시한 SDR 통화바스켓 편입조건과 한국의 경제적 위상 등을 고려했을 때 원화의 자격은 충분하다"는 추광호 경제본부장의 분석을 내놨다.
추 본부장은 "원화가 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돼 기축통화로 인정받을 경우 우리 경제는 최소 112조8000억원의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다"며 "올해 중반 진행될 IMF 집행위원회의 편입 심사에 앞서 정부가 원화의 SDR 포함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경련의 입장은 기축통화국이 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촉구한 데 그친 것으로 풀이된다.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21일 오후 여야 4당 대선후보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TV토론 관전 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우리가 곧 기축통화국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발언에 관해 페이스북에 '이재명 경제 책사'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연분 영상 캡처를 공유하며 비판글을 올렸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당 대표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기축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가슴이 웅장해진다"고 비꼬았다. 당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페이스북으로 "이재명 후보님. 우리나라가 곧 기축통화국이 된다고요? 최배근 교수가 그러던가요? 아니면 김어준씨?"라며 "'부채는 화폐 찍어 화폐화하면 (해결)된다'거나, 만물음모론 이런 분들 가까이하지 마세요"라고 두 인물과 함께 꼬집었다.
원 전 지사는 이 후보의 경제 책사로 불리며 민주당 선대위 기본사회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합류했다가 사퇴한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를 가리킨 것으로, 최 교수는 지난해 8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원화가 기축통화국 반열에 근접했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은행이 발권력으로(돈을 더 찍어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장예찬 선대본 청년본부장도 "이 후보는 한국의 국가부채 비율이 다른 나라 대비 낮은 편이라서 확장 재정 여력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빚 더 내서 돈 더 쓰겠다는 뜻"이라며 "2019년에 이미 비기축통화국 중 6위, 2026년에는 비기축통화국 중 1위 예정으로 국가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기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분석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채무비율은 2019년 기준 41.9%로 OECD 비기축통화국 중 6위를 기록했다"며 "2020~2026년 비기축통화국의 재정건전성 전망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의 증가폭은 18.8%포인트(p)로, OECD 비기축통화국 17개국 중 가장 높다는 연구도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