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이유로 국내 출시 막혀
유저 늘며 글로벌 시장 급성장
K-게임 경쟁력 약화 우려 커져
정치권서도 합법·양성화 주장
유저 늘며 글로벌 시장 급성장
K-게임 경쟁력 약화 우려 커져
정치권서도 합법·양성화 주장
24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최근 NFT(대체불가토큰), 블록체인 기반의 P2E 게임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현재 P2E 게임 출시를 공식화하고 시장 선점에 나선 게임사는 위메이드를 비롯해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네오위즈, 컴투스홀딩스, 컴투스, NHN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그 수가 늘고있다.
특히 국내 3대 게임업체인 넷마블이 오는 3월 2일 블록체인 기반 게임 '골든 브로스'의 NFT 1차 사전 판매를 시작한다. 골든 브로스는 넷마블이 내놓는 P2E 게임으로 실시간 슈팅 장르다. 3월 중 얼리 엑세스(앞서 해보기)를 운영할 계획이며 4월에 모바일과 PC 버전으로 정식 출시한다.
다만 P2E 게임이 금지된 한국,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출시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넷마블은 골든 브로스를 비롯해 'A3: 스틸얼라이브','제2의 나라 글로벌', '몬스터 길들이기 아레나',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 '챔피언스: 어센션' 등을 P2E 게임으로 선보인다.
카카오게임즈도 자회사 메타보라(구 프렌즈게임즈)를 앞세워 P2E 게임 분야에 진출한다. 메타보라는 2분기 내에 카카오프렌즈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골프 장르의 P2E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다. 네오위즈는 개발 중인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 '크립토 골프 임팩트'를 3월 중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고 컴투스그룹과 NHN 역시 연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P2E 게임을 내놓는다.
국내 게임사들이 이처럼 P2E 게임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P2E 게임 산업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위메이드는 '미르4 글로벌'을 성공시키며 시장 잠재력을 증명했다. 지난해 8월 출시된 미르4 글로벌은 출시 두 달 만에 동시접속자수 100만명을 돌파했으며 4분기 평균 MAU(월간 이용자 수)는 620만명에 이른다.
미르4 글로벌 성공에 힘입어 위메이드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606억원, 영업이익 3258억원을 기록하는 역대급 성과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44% 증가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한 수치다. 위메이드를 통해 P2E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엿본 게임사들이 사업진출을 본격화 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앞다퉈 P2E 게임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정작 국내 유저들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현행법은 '경품 등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출시돼 인기를 끌었던 P2E 게임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무돌삼국지)'가 서비스를 중단한 것도 규제 당국이 사행성을 이유로 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현행법에 따라 무돌삼국지에 등급분류 결정 취소 처분을 내렸다. 개발사 나트리스는 게임위의 등급분류 결정 취소 통보 이후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결국 무돌삼국지는 앱 마켓에서 완전 퇴출됐다. 이에 따라, 국내 게임사들은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만 P2E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P2E 게임을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와 연결 짓는다. 그러나 게임 업계는 P2E가 세계적 흐름인 만큼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앞서 "한국에서는 게임 자체가 사행성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게임의 경제나 재화가 게임 밖으로 나오면 사행이라고 규정한다"며 "그런 기준이 게임 플레이에 맞는지 심각한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이어 "P2E를 향한 패러다임 전환에서 위메이드가 앞서고는 있지만 혼자 만든 것은 아니고 위메이드가 아니면 안 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게임의 흐름은 누구도 어느 회사도 막을 수 없으며 그 흐름을 어떻게 양질의 성장으로 만드는지가 과제"라고 강조했다.
넷마블 창업자인 방준혁 이사회 의장 역시 "국내외 많은 게임 업체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을 준비하고 있고 하나의 흐름이 됐는데 국내에서만 서비스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 상당히 안타깝다"며 "앞으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디지털 콘텐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이 접목될 것인데 유독 게임만 출시가 안된다는 생각은 다시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방 의장은 "P2E 게임 출시 자체를 막는 것보다 적절하게 규제하면서 출시 이후 나오는 부작용을 확인하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P2E는 이미 기존 게임에서 존재하고 있던 개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유저들은 게임 아이템을 사고팔며 현금으로 전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미디어·ICT 특위 디지털콘텐츠 단장을 맡고 있는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23일 국회 토론회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F2P(Free to Play·부분 유료화) 게임을 보면 제도권 안에서의 거래는 아니지만 아이템 거래가 이뤄졌다"면서 "이미 그때부터 P2E는 상당히 익숙한 개념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P2E 게임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 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김 교수는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P2E 게임으로 유입되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합법화하고 양성화하는 쪽으로 가이드라인을 구축해야 한다"며 "말로만 디지털 대전환 시대가 왔다고 하지 말고 게임 정책을 어떻게 제대로 바꾸고, 돌보고, 지원할 수 있을지 고민해서 새로운 체계를 내놓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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