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선출되는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청와대와 국회, 여당과 야당 사이의 초기 역학관계를 설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일각에서는 대선 패배 직후부터 당내 주도권 경쟁이 펼쳐지면서 자칫 계파 대결구도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당 지도부가 전격 사퇴한 뒤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도 '범친문'(범문재인), '정세균계', '이재명계' 등 계파색이 뚜렷하다. 이에 따라 일시적인 진공상태가 된 민주당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계파 간 알력다툼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민주당에 따르면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할 후보군은 5선의 조정식 의원, 4선 안규백 의원, 3선 김경협·박광온·박완주·박홍근·이광재·이원욱·윤관석·홍익표 의원 등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조정식 의원과 현 정책위원장인 박완주 의원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출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 선거는 이달 25일 이전으로 앞당겨 치를 계획이다. 본래 5월로 예정돼 있었지만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된 윤호중 원내대표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민주당은 이번 주 중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며 날짜와 선출방식을 확정한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당내 계파 대리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보고 내심 경계하는 분위기다. 통상적인 원내대표 경선 방식이 아닌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선거회의)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의원 전원이 자신이 원하는 원내대표 후보를 적어 과반을 얻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되풀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각 계파 간 물밑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출마 후보군 가운에 박광온·홍익표 의원은 대선 경선 때 이낙연 전 대표를 도운 범친문, 안규백·이원욱 의원은 정세균계, 박홍근 의원은 옛 박원순계 출신으로 대선 초반 이재명 후보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광재 의원은 원조 친노 인사로 분류된다. 이런 상황에서 원내대표 선거 결과는 당내 최대 세력인 친문 진영의 결집에 달려있다는 일각의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일부 친문계 의원들이 비공식적으로 모여 원내대표 경선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이날 "선거운동 과정에서 의원들끼리 편이 나뉘어 과당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이는 대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는 우리 당의 모습과 괴리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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