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결국 검수완박 강행
법시행 시점은 3개월 뒤로 미뤄
감찰 기구 설치 등 보완책 마련
전문가 "속도조절 하기로 한 듯"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검찰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입법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문재인, 이재명 방탄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검찰·언론개혁 법안을 표결없이 만장일치로 추인했다.
다만 법 시행 시점은 3개월 뒤로 미루기로 했다. 민주당은 유예 기간 동안 검찰이 갖고 있던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참사)를 어디에 넘길지에 대해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경찰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감찰 기구를 설치하고, 검찰의 통제 기능은 남겨두는 등의 보완책도 함께 마련키로 했다.
조오섭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3개월 유예기간을 두고, 3개월 내 경찰의 독립성과 수사력을 증진하고, 한국형 FBI와 같은 별도 수사 전담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과 관련해 국민의힘과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검수완박이 정말 필요했다면, 민주당은 작년 1월 검경수사권 조정을 할 것이 아니라, 검수완박을 추진했어야 했다"면서 "결국 검수완박 법안 강행은 대선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자,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고문을 지키기 위한 '방탄법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찾아가 '검수완박'에 대한 내부 의견을 전달하고 막판 설득에 나섰다. 면담을 마친 김 총장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박 장관에게) 드릴 말씀이 있었고, 요청할 사항이 있었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대검에 따르면 김 총장은 박 장관에게 검찰의 입장을 가감 없이 전달하며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장관은 김 총장의 호소에 "'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물었다' 하는 마음을 전달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으로서는 '검수완박'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대선에서 아슬아슬하게 민주당이 지기는 했지만, 결국 패배했기 때문에 지지층이 흩어지는 느낌이 있다. 지방선거에서 지지층을 결집하려면 구심점이 필요한데, '검수완박'은 문재인 정부의 상징과도 같고, 정당성과 명분이 있으니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방선거는 대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결국은 조직력 대결로 갈 수 있다"며 "검수완박을 기회삼아 친명파들이 당내 중심을 선점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 이후 단계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될 텐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한지 2년이 됐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수청 역시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공수처장이나 중수청장에 윤석열 당선인 측근을 앉힌다면, 오히려 혹 떼려다 혹을 붙이는 격이 되니 속도조절을 하기로 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미경·권준영기자 kjykjy@dt.co.kr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