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DT현장] 흔들리는 윤석열표 `공정과 상식`](http://contents.dt.co.kr/images/202204/2022041902102269044001[1].jpg "[DT현장] 흔들리는 윤석열표 `공정과 상식`")
정 후보자가 '아빠찬스' 의혹을 받게 된 것은 자녀들이 모두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고위직으로 재직할 때 경북대 의대에 편입학을 했기 때문이다. 정 후보자의 딸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부원장)이었던 2017학년도 경북대 의대에 학사편입했고, 아들은 정 후보자가 원장으로 재직했던 2018학년도 경북대 의대 학사편입 특별전형에 합격했다. 또 아들의 경우 경북대에서 척추협착증 소견을 받은 뒤 병역 신체검사에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정 후보자는 회견에서 객관적인 검증을 받겠다며 교육부에 자녀의 편입학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요청하고, 병역 판정에 대해서는 국회가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아들의 척추질환 검사와 진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후보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혹과 논란이 해소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의 '아빠찬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내로남불' 논란과 너무 닮은꼴인 까닭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이었던 시절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있기 전 압수수색까지 불사할 정도로 고강도 수사를 벌였다. 그런 윤 당선인이 고른 정 후보자가 비슷한 논란을 일으키고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의아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정 후보가 윤 당선인과 40년지기 친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검증이 부실했다는 비판도 더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여론이 좋지 않다'고 인수위에 직접 우려를 전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의혹이 불거진 뒤 보여준 윤 당선인의 태도는 명쾌하지 않다. 윤 당선인 측은 "부정의 팩트(사실)가 확실하지 않다"면서 정 후보자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국민여론은 살피겠다고 했지만 정 후보자의 해명을 우선시한 것이다.
그럼에도 정 후보자의 '아빠찬스' 논란이 '윤석열표 공정과 상식'에 생채기를 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윤 당선인은 3·9 대선과정에서 청년들에게 공정과 상식을 앞세워 표심을 호소했고, 대통령 선거 공약집 이름도 '공정과 상식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정했다. 그리고 공정사회를 만들겠다는 공약의 첫번째 과제가 '부모찬스 없는 공정한 대입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 후보자에 대한 논란과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명을 한다면 윤 당선인의 '공정과 상식'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신뢰는 훼손당할 수밖에 없다.
신뢰는 쌓아올리기는 힘들어도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라고 한다. 윤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불과 한달하고 10일 가량 지났을 뿐이지만 다양한 논란이 쏟아졌다. 불과 당선 열흘 만에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했고,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그 뜻을 꺾지도 않았을 뿐더러 속도조절도 없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기 위해 제왕적 결단을 내렸다는 모순된 해명도 있었다.
초대 내각 인선 과정에서는 대선의 약속이던 공동정부는 철저히 배제되기도 했다. 단순히 안철수 인수위원장 측 인사가 내각에 포함됐느냐 포함되지 않았느냐를 따지는 게 아니다. 공동정부는 어디까지 안 위원장과의 약속이 아니라 대국민 약속이었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부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약속이었다. 초대 내각 구성이 완료된 뒤 '1일 잠수'로 불만을 드러냈던 안 위원장이 윤 당선인과의 만찬으로 마음을 돌리고 인수위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국민들은 '그래서 공동정부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공식 합당선언을 했지만 공동정부 논의는 제자리나 마찬가지다. 보수 성향의 정치전문가들조차 공동정부 무산은 윤석열 정부의 신뢰를 흔드는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용산시대 개막부터 공동정부 무산, '정호영 아빠찬스 논란'까지 일련의 해결과정을 보면서 윤석열 정부에 '공정과 상식' 대신 '독단과 불통'이 자리잡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은 기우일까.
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the13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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