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유로 = 1달러 시대가 12일 개막됐다. 유럽 에너지 위기가 유로화 가치 하락을 이끌면서 약 20년만에 처음으로 1유로 가치가 1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로화 가치는 이날 오전 한때 1유로에 1.0006달러까지 하락, 달러와 패리티(등가)에 가까워졌다. 연초 이후 약 12% 떨어진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2002년 12월 이후 최저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와 고물가 등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해진 게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의 40%를 공급받았던 유럽연합(EU)는 서방 제재에 맞선 러시아의 가스공급 제한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EU를 비롯한 서방국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제재에 나서자 러시아는 독일행 '노르드 스트림' 가스관의 가스 공급을 약 60% 축소했다.그 영향으로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6%로 치솟았다. 더불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유로화 가치가 급락한 것이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급속하게 올리는 타 중앙은행들과 달리 과도하게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0%로, ECB는 오는 21일 통화정책이사회에서 11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예고했다.
유로화 약세는 국내 수출업체들엔 악재다. 수출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 결제 중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352억6500만달러로 5.8%를 차지한다. 반면 유럽 여행객이나 수입업체들엔 호재다. 수입액 중 유로화 결제액은 344억4400백만달러(5.6%)로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을 하루 앞둔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8.2원 오른 달러당 131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로화 가치 급락 영향 등으로 장중 1316.4원을 찍기도 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30일 기록한 장중 고점인 1325.0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당분간 1유로 = 1달러라는 새로운 질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유로화 약세가 더욱 심화된다면 미국 입장에서 반가워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유로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유로화와 달러화 가치가 1대 1로 교환되는 패리티 수준이 됐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