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해이 비난에 15억으로 축소
부실우려차주 신용평가도 비공개
재산 많은 채무자는 원금조정 제한
부실우려차주 신용평가도 비공개
재산 많은 채무자는 원금조정 제한
금융위원회는 29일 오는 10월부터 소상공인 대상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을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도덕적해이 논란을 의식, 채무조정 한도를 당초 최대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줄였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여러 곳에서 한도를 낮추라는 이야기가 많아 이를 수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원금감면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90일 이상 장기연체한 부실차주가 받을 수 있는 원금감면율은 0~80%라고 강조했다. 부채보다 자산이 많으면 원금감면을 받지 못해 총부채 기준으로는 원금감면율 0%가 나오는 것이다. 부채에서 자산을 뺀 순부채 기준으로는 60~80% 수준에서 원금 조정을 받는다. 앞서 60~90%라고 밝혔던 것에서 한걸음 물러났다.
논란이 됐던 90% 원금 감면은 현행 신용회복위원회 제도와 마찬가지로 기초수급자,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 저소득 고령자 등 취약계층에 한해 적용한다고 강조했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최대 90%의 원금감면이 이뤄지는 경우는 전체 채무조정의 5% 수준이며, 평균 채무액은 약 700만원 수준이다.
보유 재산이 많은 채무자에 대해선 원금 조정을 제한한다. 금융위는 원금조정 이후에도 은닉재산 발견 시 기존 채무조정을 무효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또 신청자격을 맞추기 위해 고의적으로 연체하거나, 고액자산가가 소규모 채무 감면을 위해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경우 등 도덕적 해이 사례로 판단되는 경우 채무조정이 거부될 수 있도록 심사를 철저히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고의로 연체하는 부실우려차주를 걸러내기 위해 '신용평점 하위차주'에 대한 세부기준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지원자가 본인의 신용평점을 인위적으로 지원 기준에 맞출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성실하게 빚을 갚는 채무자와의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면서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자에게 불이익을 줘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지난 20여년간 운영된 채무조정 제도에서 합의된 패널티 수준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금감면을 받은 경우 엄격한 신용패널티를 부과해 2년간 정상금융거래가 제한된다. 이자만 감면하는 경우 별도의 신용패널티는 부과되지 않지만 신용도가 낮은 차주로 신청대상을 제한함으로써 이미 시장기능에 따른 불이익을 부과한 셈이라는 것이 금융당국 판단이다.
한편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채권을 헐값에 새출발기금에 매각하면서 금융사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사로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 빌려준 대출이 부실화되면 충당금도 더 쌓아야 한다. 금융위는 새출발기금이 원금 기준 30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데 18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이미 부실화된 채권이기 때문에 새출발기금 때문에 대출원금이 삭감됐다고 볼 수 없다"면서 "금융사로부터 매입하는 채권 가격도 중립적인 회계법인이 산정한 시장가격에 따라 이뤄져 헐값 매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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