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2000억 가까이 감액
기술 실증·상용로 건설 빠져
내년 예산 겨우 31억만 반영
기술 실증·상용로 건설 빠져
내년 예산 겨우 31억만 반영
<연합뉴스 제공>
디지털타임스 DB
정부가 내년부터 '혁신형 SMR(i-SMR) 개발사업'을 본격 추진하는 가운데, 구체적인 기술 실증계획이 빠져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업비가 당초보다 30% 줄어 경쟁국과 차별화된 혁신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운 데다 사업 기획 당시 탈원전 정책을 고수한 문재인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실증로나 상용로 건설 계획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SMR 수출'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탈원전 폐기', '원전 최강국 건설'을 제시한 만큼 지금이라도 사업계획을 보완해 구체적인 실증계획을 세우고, 적기 개발을 통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부는 지난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i-SMR 기술개발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31억원을 투입해 사업에 착수한다.
◇말로만 '혁신 SMR' 될 판=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300㎿ 이하 출력의 소형원자로다.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안전성과 경제성, 유연성을 갖춰 차세대 소형원전으로 주목받는다.
현재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등 주요 원자력 선진국들이 SMR 개발과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2028년까지 6년 간 총 3992억원을 투입해 차세대 SMR 노형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까지 기본설계, 2025년까지 표준설계를 각각 마치고, 2028년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예타를 거치면서 사업비가 5832억원에서 3992억원으로 1840억원 삭감되고, 개발과제도 60개에서 40개로 줄어들면서 당초 계획보다 사업이 크게 축소됐다. 특히 전체 사업비 중 가장 핵심인 연구개발 사업비가 5512억원에서 3658억원으로 1854억원이나 줄었다. 그중 혁신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사업비가 899억원으로 가장 많이 삭감됐다. 대표적인 혁신 기술로 수출 경제성 확보에 중요한 '첨단 용접기술을 적용한 원자로 용기 제작기술'의 경우 3∼4개 세부 개발과제가 폐지됐다.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 분야 전문가는 "사업비가 대폭 삭감된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혁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예타 계획서가 전 정부에서 마련된 만큼 새 정부의 탈원전 폐기 기조에 맞는 사업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증로·상용로 건설 없이 '수출을 어떻게'=이 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원전 수출국 경험을 살려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다. 수출 시점은 SMR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2030년 이후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서는 2028년까지 표준설계인가를 마친 후 실제와 같이 혁신형 SMR를 건설하고 운전해 보는 실증이 필수다. 하지만, 예타 보고서에는 실증계획이 빠져 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 예타 계획을 세우다 보니 국내 실증로 건설방안이 논의되지 못 했다. 과기정통부와 산업부는 2028년 첫 호기 수출 및 첫 호기의 첫 모듈을 활용한 실증계획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국내에서는 실증도 상용화도 계획이 없으니 수출이 안되면 기술이 사장될 수 밖에 없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2012년 세계 최초로 소형원자로인 '스마트(SMART)'를 개발해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고도 10년 넘게 실증조차 못 하는 선례를 혁신형 SMR이 답습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김학노 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차세대 SMR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수출 시장에서 가장 최적의 출력 성능은 어느 정도인지 예측하고, 모듈화 특성을 살려 보다 저렴하게 운송·설치할 수 있는 육로 운송이 가능한 형태로 개발돼야 한다"면서 "수출 역시 스마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별도의 전담팀을 처음부터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스마트개발단장은 "혁신형 SMR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안전하고 저렴하게, 그리고 얼마나 빨리 기술 경쟁력을 갖고 시장에 조기 진입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수출 타깃 시장을 보다 명확하게 잡고, 지금부터 기술개발을 포함해 인허가 체계 확립, 실증, 수출 전략 마련까지 모든 것을 동시에 속도감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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