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옵스펠드 UC버클리대 교수는 21일 기획재정부·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 주최한 '2022년 주요 20개국(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 기조연설에 나섰다. 옵스펠드 교수는 과거 오바마 정권 시절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 2015~2018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인물이다.
그는 "1980년대초 인플레이션 감축 노력이 1982년 '깊은(deep)' 경기침체를 불러왔다"며 "신흥국은 부채위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1980년대는 중동발(發) 오일쇼크로 전 세계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던 시기다. 당시 미국이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세계 경제는 심각한 침체를 겪었다. 옵스펠드 교수는 "미국의 통화정책(긴축)에서 비롯되는 파급력은 과거보다 더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옵스펠드 교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결정될 금리인상 폭이 100베이시스포인트(bp)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금리가 큰 폭으로 올라 달러가치가 절상되면 선진국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봤다. 달러가치가 오를수록 세계 교역량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옵스펠드 교수는 달러가치 상승과 세계무역 간 상관계수가 1980~2000년 -0.39에서 2001~2021년 -0.61로 커진 자료를 제시했다.
또 각국 통화가치 절상으로 '죄수의 딜레마'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짚었다. 예를 들어 A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해 자국 통화가치가 높아지면, A국으로부터 물품을 수입하는 B도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게 된다. 이 경우 A국과 B국 모두 물가상승과 경기둔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옵스펠드 교수는 "달러가치 상승의 부정적 효과는 1980년대보다 클 것"이라며 "그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뒤이어 발표자로 나선 이들도 비슷한 맥락의 분석을 내놨다. 아이한 코제 세계은행(WB)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개발전망국장은 "세계 경제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각국이 동시다발적으로 통화긴축에 나서고 있는데, 세계 경제 성장률은 더 둔화될 것"이라며 "단,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전환되더라도 중앙은행이 원하는 정도의 물가 목표치에 이를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히란야 무코파차이 아시아개발은행(ADB) 거버넌스그룹 수석은 "개발도상국은 '트윈쇼크'(코로나19+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회복하기도 전에 식량위기라는 세 번째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며 "(세계가) 엄격한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개도국은 여지와 대안이 없다. 재정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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