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종북 주사파 협치 불가' 발언의 여진이 이틀째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직접 '특정인을 겨냥하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실상 운동권 출신이 대거 포진해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윤 대통령은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주사파 발언이 야당을 겨냥했다는 반발이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주사파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며 "특정인을 겨냥한 게 아니라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고 국가를 보위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고, 마침 그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인 19일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 당협위원장이 최근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언급하며 '종북 주사파 세력에 밀리면 안 된다'고 하자 "자유·민주주의에 공감하면 진보든, 좌파든 협치하고 타협할 수 있지만,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제1야당에 대한 매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주사파는 우리나라 학생운동의 한 계파다. 북한 김일성의 일명 '주체사상'을 따르기 때문에 이를 줄여 '주사파'라고 부른다. 북한의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론을 추종하기 때문에 민족해방(National Liberation)을 강조해온 'NL파' 운동권과 혼동되기도 한다. 민주당 내에는 이 NL파 출신 정치인들이 상당수다. 전·현직 국회의원과 문재인 정부의 주요 내각에도 다수 포함돼 있다. 민주노총 등 노조 간부 중에도 NL파 출신들이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겉으로는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았지만 민주당을 포함하는 NL파를 두루 폄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최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주장해 민주당이 김 위원장의 해촉까지 요구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기름을 부은 격이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출신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집권 세력이 종북 몰이와 색깔론에 목을 너무 매는 듯하다. 대통령까지 나서 야당을 종북 몰이 색깔론으로 몰아가는 건 정말 심각하다"며 "민주당을 종북 주사파 집단으로 보는 건지 누구를 염두에 두고 말한 건지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권 출신인 민주당 중진 설훈 의원도 "전두환 신군부 일당이 하도 사악한 짓을 해 그런 (종북) 현상이 일시적으로 있었는데 그걸 다시 끄집어 내 종북 주사파라고 주장한다"며 "나는 그 사람들이 좀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헌법 66조에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 보전, 국가 계속성과 헌법 수호 책무를 진다고 규정돼 있다"며 "(종북 주사파는) 좌냐 우냐,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라 오로지 국가를 수호하느냐 못하느냐 문제"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의 반발에 대해 "대통령은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민주당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그럼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과도 함께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겠다"고 따졌다.김미경기자 the13ook@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