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중소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 사이에는 경쟁 정도가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이 서로 경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해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하는 대신 전통시장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1일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 간 경쟁 관계:서울시의 경우'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의 분석대상은 지난해 1~12월 동안 최소 150개 이상의 유통업체에서 공통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32개 제품이다. 각 제품에 대해 대형마트와 대형마트, 중소슈퍼마켓과 중소슈퍼마켓,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 간 대체 정도를 측정했다.
분석 결과, 대형마트와 대형마트, 중소슈퍼마켓과 중소슈퍼마켓 등 같은 규모의 유통업체에서 판매하는 상당수의 제품들은 대체 관계에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32개 제품 중 24개 제품이 대형마트와 대형마트가 가격 경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2개 제품 중 24개 제품이 중소슈퍼마켓과 중소슈퍼마켓 간 가격격쟁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규모의 유통업체 간에는 대체재 관계에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반면 32개 제품 중 26개 제품에 대해서는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이 경쟁 관계에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특정 중소슈퍼마켓 근처의 대형마트에서 A라면이 가격을 올리거나 내려도 해당 중소슈퍼마켓은 이에 대응하지 않아 서로 대체제가 아닌 독립재 관계로 판단했다.
정회상 강원대 교수는 "이는 소비자들이 생필품 구입 시기나 목적, 수량 등에 따라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을 서로 다른 유통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보기 때문"이라며 "대형마트는 가끔 대량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중소슈퍼마켓은 빈번히 소량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각각 판매대상으로 삼고 있어서 이들은 서로 다른 시장에 직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는 "대형유통업체 영업규제는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유통업체가 서로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며 "만약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유통업체 간 경쟁 정도가 낮다면 중소유통업체 보호를 위한 대형유통업체 영업규제의 실효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유통업체 영업규제는 지난 2012년 전통시장을 보호하고 중소유통업체와의 상생발전을 위해 도입됐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 1km 이내에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을 개설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고, 이들에게 월 2회 의무휴업과 오전 0~10시 영업 제한을 명시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하자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소상공인
단체가 반발했다. 지난 8월 초 제1차 규제심판회의 이후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에 대한 추가 논의 계획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처럼 중소유통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영업을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2015년 헝가리가 대형소매점의 일요일 영업규제를 시행했지만, 시행 1년 만에 정부와 국회가 법을 폐지하고 영업제한을 중단한 바 있다.
정 교수는 "영업규제는 자칫 대형유통업체의 영업의 자유와 소비자들의 선택권만 침해할 공산이 크다"며 "대형유통업체의 영업을 규제하는 간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전통시장과 중소유통업체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방향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