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래소 지형도 재정비 전망…탈중앙화거래소도 '주목'
금감원, 가상자산 회계처리 지원방안 마련…관련 주석 공시 신설 예정
금감원, 가상자산 회계처리 지원방안 마련…관련 주석 공시 신설 예정
글로벌 3위 거래소에서 일주일여 만에 파산보호를 받는 신세로 전락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사례를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에도 적잖은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15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초 기준 시가총액이 1조500억달러(1384조3200억원) 수준이었던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 시가총액이 1주일 새 8400억3100만달러로 20% 가까이 급감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업계 규제 필요성이 부각된 셈이다. FTX 파산 이후 이미 미국 백악관을 비롯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이외에도 많은 규제 기관들이 규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분위기다.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선제적으로 거래소별 실제 보유 자산이나 코인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분위기다. 거래소뿐 아니라 코인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개발사와 운영 주체가 동일한 중앙화 거래소(CEX)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글로벌 거래소 순위도 재정비 될 것이라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5일 크립토닷컴의 크로노스 코인과 후오비의 후오비토큰은 일주일 전과 비교해 각각 36.11%, 29.19% 폭락했다. 대신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글로벌 1위 거래소 바이낸스의 점유율이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른바 '중개자'(중앙관리자) 없이도 스마트컨트랙트에 따라 거래가 진행되는 탈중앙화거래소(DEX)의 경우 거래량이 치솟았다. 거래소 부실 등에 따른 손실 위험이 없고 해킹 가능성이 없다는 장점이 주목받으면서다.
이 외에도 암호화폐 거래소로는 유일하게 제도권 금융시장인 나스닥에 상장한 코인베이스도 중장기적으로 FTX 파산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각되며 지난 10~11일(현지시간) 이틀에 걸쳐 10.74% 12.84%씩 급등하기도 했다. 코인베이스의 경우 뉴욕주의 '비트 라이선스' 제도에 따라 디지털자산 분리의무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의 경우에도 분기 혹은 반기마다 외부 감사를 받고 해당 내용을 공시하고 있다. 또 특금법상 고객 예치금(원화)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자기재산과 구분해 분리 관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이슈로 전반적인 시장 심리가 위축되고 업계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면서도 "향후 글로벌 거래소의 경우 신뢰가 확인된 곳으로 몰릴 확률이 크고, 네거티브 규제(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특금법 등에 의한 규제가 많은 국내 거래소로 유입되는 투자자도 다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앞으로는 국내 거래소들이 자체 보유한 가상 자산뿐 아니라 고객으로부터 위탁받은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공시하게 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가상자산 보유자는 보유 가상자산의 회계정책, 보유수량, 시장가치 등의 규모, 취득경로, 보유 목적, 인식한 손익 등을 주석 공시에 담아야 한다.
이날 금감원은 한국회계기준원(기준원),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등 관계기관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간담회를 열고 이를 골자로 한 가상자산 회계처리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향후 가상자산의 발행(매각)·보유와 가상자산 사업자 관련 정보에 대한 주석 공시를 신설해 의무화할 예정이다.
당국도 업권법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는 다음주께 가상자산 업권법을 법안심사 소위에 상정, 본격적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제4차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 간담회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FTX 사태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가상자산업자의 이용자 자산 보호 의무가 필요하고, 자기 발행 코인 등에 대한 불공정 행위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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