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한은)은 24일 올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위원 6명의 전원 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3.25%로 0.25%포인트(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한은은 사상 처음 여섯차례 연속(4·5·7·8·10·11월)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기준금리가 3.25%로 올라선 것은 2012년 7월(3.25%) 이후 10년 4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대출 금리 또한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8%, 신용대출 금리는 9%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이와 함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2%대로 여겨지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3.7%에서 3.6%로 소폭 내렸다.
이날 증시는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 전망이 선반영돼 강보합으로 마감하고 채권 금리는 소폭 하락한 반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3.6원 내린 1328.2원에 마감했다.
한은과 함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도 금리 인상 속도조절을 천명함에 따라 앞으로 기준금리가 한꺼번에 큰 폭으로 오르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이유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돼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빅 스텝'(0.50%p 인상)을 밟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경기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 부문의 리스크(위험)가 완화되고 단기 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경기에 대해서는 "앞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약화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의 경우 전망치(2.1%)를 상당 폭 하회하는 1.7%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금통위는 "국내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도 예고했다.
기준금리가 지난해 8월 이후 1년 3개월만에 0.5%에서 3.25%로 2.75%포인트 오르면서 대출금리 또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 은행의 신규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연 7.832%로 8% 턱밑까지 온 상태다. 주담대 금리가 8%를 넘어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이다.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도 15%를 넘어섰고, 저축은행의 신규 신용 대출 금리도 최고 19.9%까지 뛰었다. 법정최고금리 상한선이 20%임을 감안하면 대출금리가 이미 오를대로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17조4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년 성장률은 상반기 1.3%까지 낮아졌다가 하반기 2.1% 정도로 올라설 것으로 본다"며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대)으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가 확실한 이후 금리 인하에 관한 논의를 하는 게 좋을 것이며 지금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고 말했다.문혜현기자 moone@dt.co.kr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연 3.2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