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 패널도 자체 조달에 나설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현재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제품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에는 불길한 소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내년 말까지 고사양 애플워치의 디스플레이를 현재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에서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LED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이미 애플워치 울트라 신규 모델에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를 테스트하고 있으며, 애플워치를 시작으로 아이폰 등 다른 기기에도 자체 개발 디스플레이를 도입하려는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이 디스플레이가 실제 적용된다면 기존 애플워치보다 더 밝고 선명한 화면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조처가 애플워치 스크린의 주요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애플은 최근 제품 디자인과 기능 면에서 자유도를 높이기 위해 반도체 제품의 자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등 부품의 자체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공급망 안정성을 위해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자체 디스플레이와 제조 공정까지 설계한 후 대량 생산은 외부 공급업체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아이폰에 적용되는 AP칩과 맥북 등에 들어가는 PC용 CPU(중앙처리장치) 등을 자체 설계하고 생산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맡기고 있는데, 디스플레이 역시 이와 같은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업체들에 가격 경쟁력으로 밀리는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 전문가로 잘 알려진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최근 "BOE의 2023년 아이폰용 디스플레이 출하량은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이르면 2024년까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새로운 아이폰의 최대 디스플레이 공급업체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 BOE는 지난 2020년 애플 아이폰 12시리즈의 교체용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며 애플 공급망에 편입됐으며, 이후 신제품에도 물량을 따내며 조금씩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중국 업체들의 가장 큰 무기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에 따르면 BOE를 비롯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아이폰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플렉서블 OLED 패널을 약 20달러 수준에 공급하며 저가 경쟁에 돌입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