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말말] 이재명과 김성태의 `프로디언 슬립`](http://contents.dt.co.kr/images/202302/2023020402109919607004[1].jpg "[말말말] 이재명과 김성태의 `프로디언 슬립`")
지난달 15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관계를 묻는 KBS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일부다. 김 전 회장은 이재명 대표를 '그 사람'으로 지칭했다. 하대라고 말할 순 없지만, 존대는 분명 아니다.
"김성태라는 분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
김 전 회장이 KBS와 전화 인터뷰 하기 이틀 전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라는'이라는 말을 붙였지만, '분'이라는 단어로 존대했다. 국가 의전서열 8위의 야당 대표는 존칭을 하고, 전직 조폭이자 '일개' 기업인이 존대를 하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심리학에서는 '프로이드의 말 실수(Freudian slip)'으로 설명한다. 시사상식사전에 정의된 바에 따르면 부지불식 간에 속마음을 들켜버리는 말을 하는 것을 뜻하는데, 이는 억압된 무의식이 의식에 개입하여 발생한다.
이는 김성태 전 회장은 이재명 대표에 대해 존칭하지 않을 정도로 좋지 않을 감정이 있고, 이 대표는 김 전 회장에게 존칭을 써야 할 정도의 사정이 있어, 서로 일면식이 없다는 말을 하면서도 무의식 중에 그런 감정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김성태 전 회장은 검찰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지만, 증거를 내민 검사들 앞에서 '이재명을 위해 800만 달러를 북한에 줬다', '통화하며 고맙다는 말도 들었다'는 진술까지 하게 된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를 위해 돈을 엄청 썼지만 돌아온 것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검찰 수사까지 받는 상황이 되어 악감정이 쌓여있고, 이 대표는 대통령이 되지 못해 쌍방울에 '억울한 일'을 막아주지 못하게 된 미안함과 진술 거부를 바라는 마음이 합쳐져 '프로이드의 말 실수'가 나온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이적이(이재명의 적은 이재명)' 같은 내로남불을 꼬집는 신조어도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나온 말 속에 담긴 진실을 찾는 것도 이번 수사 과정을 지켜보는 관전 포인트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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