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逢山開道遇水架橋 <봉산개도 우수가교>

입력: 2023-02-09 18:53 박영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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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이할 봉, 뫼 산, 열 개, 길 도, 만날 우, 물 수, 시렁 가, 다리 교.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뜻이다. 이 같은 자세로 임하면 극복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의미다. 난관이 있으면 그것을 돌파할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 시행하라는 것이다.

이 말은 나관중이 지은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서 나왔다.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조조(曹操)는 대패했다. 결국 도망을 갔다. 하지만 퇴로는 가시밭길이었다. 길은 좁은 데다 비까지 와서 온통 진흙 투성이었다. 말 발굽이 진흙 구덩이에 쑥쑥 빠졌다. 부하 장수들이 일제히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자 조조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군대는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아 행군한다." 조조는 절망하지 않고 굳센 의지로 돌파하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조는 사기가 떨어진 부하들에게 호통을 치며 "흙을 붓고 섶을 깔아 구덩이를 메우면서 행군하라"고 명령했다.

삼국지 주인공 중 한 명인 조조는 흔히 '난세(亂世)의 간웅(奸雄)'으로 불린다. 그러나 조금 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달라진다. 특히 마오쩌둥(毛澤東)이 조조를 대단한 정치가·군사가·문학가로 극찬하며 그를 중국 역대 제왕 중 가장 높은 반열에 올려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재평가됐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생사의 위기를 수차례 겪으면서 위나라를 건국했고, 위나라가 결국 삼국을 통일한 점을 보면 조조가 대단한 인물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조조는 적벽대전에서 만신창이가 됐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새로운 주춧돌을 놓았다. 굳은 의지를 갖고 한 발 한 발 나아갔다.

한국 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계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무역적자는 쌓여만 가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상황 속에서 경기 침체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진짜 위기'가 시작됐다는 느낌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길을 내고, 다리를 놓는' 마음가짐으로 위기를 돌파해 나가야 한다. 박영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