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분화징후 강해져
마그마 압력 높지 않다는 주장도
평양도 하늘 덮는 화산재 못피해
농업생산 줄어 아사자 속출할 것
발해 멸망처럼 북 정권도 못버텨
마그마 압력 높지 않다는 주장도
평양도 하늘 덮는 화산재 못피해
농업생산 줄어 아사자 속출할 것
발해 멸망처럼 북 정권도 못버텨
![[이규화의 지리각각] 백두산 폭발, 한반도 대격변 가져오나](http://contents.dt.co.kr/images/202302/2023021002109969660001[1].jpg "[이규화의 지리각각] 백두산 폭발, 한반도 대격변 가져오나")
◇2003년 화산가스로 정상부 나무들 고사 현상 포착
2003년 백두산 정상의 나무들이 화산가스로 말라가는 현상이 포착됐다. 주변 온천수는 80도까지 상승했다. 천지 일대가 부풀어오르는 현상도 관찰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19년 '깨어나는 백두산 화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는데, 백두산 분화 가능성에 대비한 예측시스템 구축 등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백두산은 평상시 월 7건 내외의 지진이 관찰되는데 2003년 전후 3년간은 평균 72건이 탐지됐다.
연구원에 따르면 946년으로 추정되는 백두산 대폭발 때는 남한 전체를 1m 높이로 덮을 수 있는 많은 양의 분출물이 쏟아져나왔다. 화산재는 일본에까지 날아갔다. 당시 번성했던 발해가 갑자기 멸망(926년)한 것도 백두산 폭발 때문이라는 설도 제기된다. 대폭발 있기 전 925년부터 크고 작은 분화가 일어나 농작을 못하거나 소출이 급감해 국력이 급격히 쇠퇴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부터 2015년 사이에 북한 과학자들이 포함된 국제공동연구팀은 지진파 측정을 통해 백두산 지하에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화산폭발은 이 마그마가 압력에 의해 약할 지층 고리를 뚫고 튀어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화산학자들 사이에서는 백두산 지하 마그마가 당장 분출할 정도로 압력이 높지는 않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물론 있다.
◇폭발 시 예상되는 피해 정도
1000여년 전 백두산의 분화는 서기 1세기 폼페이를 순식간에 잿더미로 덮어버린 베수비오 화산의 위력의 100배로 추정된다. 역대 가장 강력했던 화산분화로 기록된 1815년 인도네시아 숨바와섬의 탐보라 화산의 위력보다 훨씬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탐보라 화산은 화산재가 햇빛을 가려 반경 600㎞을 3일 동안 어둠에 묻히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백두산의 폭발은 일찍이 보지 못한 대폭발로 한반도와 일본, 만주, 연해주 등 일대에 엄청난 재난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깊이 380m(평균깊이 201m) 천지의 20억 톤 물이 쏟아져 내려와 주변에 대홍수를 유발할 것이다. 이때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유출되면서 반경 50km 내의 생물은 한 시간 내에 질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다음 백두산 분화 시기는 100년 주기로 볼 때 2025년이다. 꼭 주기대로 폭발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보다 더 일찍 또는 늦게 분화할 수도 있다. 엄청난 재앙이 될 백두산 폭발에 사실 대비할 방법은 없다. 단지 어느 정도 징후를 예측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대피하는 것이 유일한 방책이다. 백두산 폭발로 가장 직접적 피해를 입을 북한의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만약의 급변에 대비해야 한다.
◇백두산 폭발이 가져올 한반도 지정학적 격변
백두산이 폭발하면 반경 30~50km 내 산자락 지역은 수백 도의 화산쇄설류로 덮여 황폐화될 것이다. 1980년 미국 워싱턴주 세인트 헬렌스 화산이 폭발했을 때는 화산쇄설류가 35km까지 날아갔다.
묘향산맥 이북의 평안북도와 함경남·북도 등 백두산으로부터 반경 100~150km 이내 지역은 일차적으로 화산재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내의 댐, 도로, 철도, 교량 등은 물론 건축물들은 심각하게 손상을 입는다고 봐야 한다. 이어 2차적으로 반경 150~400km 내는 짙은 화산재의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된다. 평양도 이 범위 안에 들어간다.
무엇보다 백두산으로부터 불과 110여km 내에 있는 함경북도 풍계리 북한 핵실험장과 250km 내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이 백두산 폭발로 기능 상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인근의 핵폭탄 관련 시설들도 파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거의 유일한 비대칭 전략인 핵폭탄과 핵시설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주목할 만한 한반도 세력균형의 변화다.
남한은 화산쇄설물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그러나 화산재 구름을 피할 순 없다. 특히 폭발이 북풍이 부는 겨울이나 예외적으로 북동풍이 불 때면 남한의 피해는 배가될 것이다. 화산재가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햇빛을 가려 농작물 생산량은 80% 이상 줄어들 것이다.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연구해온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가 2015년 내놓은 '화산재해 피해예측 기술개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동풍이 남한으로 분다는 전제 하에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남한에 화산재가 쌓여 4조5000여억원의 농작물 피해를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농작물 생산의 피해는 북한이 더 심각하다. 그러잖아도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은 100만~300만명의 아사자를 냈던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기' 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폭발로 만주 등 동북 3성의 피해가 큰 중국도 북한에 식량 공급을 충분히 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을 것이다. 그리 되면 북한 정권은 붕괴 선상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백두산 폭발은 엄청난 자연재해다. 또한 크리티컬한 지정학적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북한은 핵전력의 기능 상실 또는 급격한 쇠퇴를 겪게 되고, 평양을 비롯한 주요 도시마저 기능이 마비되며 극심한 식량난에 직면할 것이다. 이쯤에서 발해 멸망을 떠올리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남한도 막대한 피해를 입을 테지만 북한에 비해서는 견딜 만하다.
백두산 폭발이 가져올 상상할 수 없는 격변을 미리 철저히 시뮬레이션 해놓고 대비해야 막상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는다. 백두산 폭발은 한민족에게 재앙이지만 또한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통일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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