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전세보증사고의 5건 중 1건은 감정평가법인의 평가서를 이용한 건으로 나타났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세입자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대신 갚아달라고 요청한 사고인데, 전세사기범들이 감정평가사들과 공모해 시세를 알기 어려운 신축빌라의 평가액을 부풀리는 '업(up) 감정' 수법으로 전세금을 과도하게 받고 보증보험에 가입했던 것이다.
12일 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감정평가서를 이용한 전세보증보험 사고 금액은 지난해 2234억원(960건)으로 나타났다. 전세보증보험 사고금액은 △2018년 8억원 △2019년 22억원 △2020년 52억원이었는데 2021년을 기점으로 폭증했다. 2021년에는 662억원(251건)으로 전년대비 12배가 늘었고, 지난해 사고 금액은 전년보다 3.6배 증가했다.
감정평가서를 이용한 보증사고는 대부분 다세대주택(빌라)에서 발생했다. 작년 빌라 사고액은 1678억원으로 75.1%를 차지했다. 오피스텔 342억원(15.3%), 아파트 145억원(6.5%)이 뒤를 이었다.
HUG는 기존 전세보증보험 가입 심사에서 감정평가 가격을 최우선으로 인정하고, 이후 공시가격의 140%와 실거래가를 차례로 적용해왔다. 공시가와 실거래가가 없는 신축 빌라의 경우 감정평가 가격을 그대로 인정해줬는데, 감정평가법인을 집주인이 자체적으로 지정할 수 있었다. 이에 제도의 허점을 노린 전세 사기범들이 감정평가사에게 웃돈을 주고 평가액을 부풀려 전세금을 높였다.
지난해 전체 보증사고 액수 1조1726억원(5443건) 중 19.6%는 감정평가서를 이용한 사고액이었다.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전세 보증보험 가입 때 감정평가 업무를 HUG에서 지정한 감정평가법인 40곳에서만 진행하도록 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이들 40곳을 추천했다. 또한 보증보험 심사 때 감정평가액을 우선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신축 빌라의 경우 평가액의 90%만 인정한다.
그러나 HUG가 지정한 감평법인 일부에서 부적절한 감정평가 의심사례가 나와 일주일만에 3곳의 법인이 인정기관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한편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지난 2일 정부가 발표한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에 적극 협력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개선방안에는 △전세보증반환보증 감정평가 특별 점검 △부적정 감정평가법인 업무 배제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 △부적정 감정평가 방지를 위한 전례정보시스템 등록 의무화 △객관적 감정평가를 위한 지정감정평가사 도입 등이 포함됐다.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